우리는 "서양 문명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기독교 교회로부터 계승되어 르네상스, 과학 혁명, 계몽주의를 거쳐 왔다"는 식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듣곤 한다.
이 통념에 영국의 고고학자이자 역사가 니샤 맥 스위니가 강력한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가 워싱턴 DC의 의회도서관 열람실에 있을 때다. 문득 돔 천장 아래의 회랑에서 열여섯 개의 등신대 동상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고대 인물로는 모세, 호메로스, 헤로도토스 등이 구세계 유럽의 인물로는 콜럼버스, 미켈란젤로, 셰익스피어, 뉴턴 등이 북아메리카 신대륙의 인물로는 로버트 풀턴 등이 서 있었다. 그것은 그 방의 책상에 앉은 사람들이 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지적, 문화적 전통의 일부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던 것.
그때 의회도서관에서 문제의식을 안겨 준 열여섯 개의 동상들에 대응하는 저자 나름의 동상, 열네 개를 선발한다.
헤로도토스, 테오도로스 라스카리스, 사피예 술탄, 프랜시스 베이컨, 앙골라의 은징가, 윌리엄 글래드스턴, 에드워드 사이드, 캐리 람이 그들이다.
하지만 의회도서관의 열여섯 상상 속 선조들과는 달리 이 책에서 선택한 인물들은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나는 이 책에서 어떤 <위인들의 회랑>을 제시할 생각이 없다. 대신 내가 선택한 열네 개의 주제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삶과 저작을 통해 우리는 어떤 시대정신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서양> 이라는 개념의 탄생과 확산 과정을 이 열네 사람의 삶을 통해 추적한다. 이들의 존재와 평가를 통해 "서양이라는 개념이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구성되고 해석된 결과"임을 논증한다.
주장은 크게 두 가지 첫째, '서양문명이라는 거대 서사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 둘째, '서양문명이라는 거대 서사의 발명, 보급, 지속이 이념적 유용성을 지닌 탓에 이루어졌다'는 것
저자의 결론이다. "이 모든 거대 서사에서 문명은 움직인다. (문명은 단일한 인구집단이 독점권을 주장할 수도, 단일한 장소에 배타적으로 속해있지도 않다.) 실로 우리가 서양 문명을 <금덩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금덩이란 문화적 전파성과 유동성의 원칙이 될 것이다. 이 핵심 원칙을 바탕으로 서양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나타나야 하고 서양사에 대한 새로운 거대 서사를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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