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검찰청이 기소청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권의 자의적 검찰권 행사가 자초한 일이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은 권력을 지니던 시절 윤석열은 '검찰 개혁'을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이라 비판했는데, 막상 '검찰 공화국'이라 불렸던 윤석열 '검사 정권' 휘하에서 이토록 부패가 판을 쳤다는 것은 어떻게 해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윤석열의 '칼'이 됐던 검찰은 이제 수술대 위에 올라왔고, 이제 검찰의 행태를 옹호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검찰 개혁에 앞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지난 2023년 12월 검찰은 윤석열의 '고발 사주' 의혹을 최초 보도했던 <뉴스버스> 이진동 기자를 압수수색했다. 윤석열의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한 것을 윤석열에 대한 '명예 훼손' 사건으로 받아든 검찰은 백주 대낮에 비판적인 언론사의 사무실을 털어 PC와 기자의 휴대전화에 담겨 있는 파일을 통으로 복사해 검찰청사로 가져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진동 기자의 휴대전화 등에 담긴 48기가바이트 분량의 개인정보가 검찰 증거 관리 서버인 디넷(D-NET)에 고스란히 저장된 사실이 드러났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획득했더라도 수사와 무관한 사생활 정보는 폐기,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검찰은 혐의와 별무상관인 이진동 기자의 광범위한 개인 정보를 무단으로 서버에 저장해 놓은 것이다. 이 기자 뿐 아니었다.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받은 경향신문 기자의 휴대전화 전자 정보 역시 검찰이 디넷에 통째로 저장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른바 '검찰 캐비닛' 논란이다. 파장은 컸다.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검찰은 그간 피의자나 참고인의 휴대폰 등 디지털 정보를 몰래 업로드한 것도 모자라, 이를 광범위하게 보관, 활용해 왔다. 이런 식으로 수집된 '민간인'의 정보는 검찰의 광범위한 '별건 수사'에 활용됐다.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일례로 <뉴스버스> 보도에 따르면 2019년 이석채 전 KT 회장의 채용 비리 의혹 사건 수사에서 검찰은 이 전 회장의 과거 혐의와 관련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정보를 '재활용'했다가 법원으로부터 "법관의 영장에 의해서만 압수할 수 있는 정보를 영장에서 정한 제한 사항을 위반해 수사기관이 마치 '데이타베이스화'하여 장기간 보관하다가, 별개의 사건에 증거로 제출하는 것이 허용돼선 안된다"는 판단을 받아들였다.
유사한 행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적'이었던 이재명 대통령(당시 민주당 대표)를 수사하며 대장동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법안카드 유용 의혹, 대북송금 의혹 등 다수의 혐의와 관련해 2년 넘게 376곳을 압수수색했다. 관련해 압수수색 대상자나 참고인, 피의자만 수백명 규모다. 이들로부터 입수한 수사와 관련없는 수많은 정보들 역시 '검찰 케비넷'에 고스란히 저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마도 '별건 수사'를 모색하면서, 언젠가 검찰이 '굴기'할 것을 기다리면서.
심지어 별다른 혐의가 없는데도 일단 '입건'부터 하는 검찰의 행태 역시 문제다. 통상 검찰은 수사를 진행하고 결론이 나오면 기소, 불기소를 결정하고 피의자, 고소인, 고발인 등에게 통보한다. 그러나 수사 단계에서 '내사'나 '인지수사'는 그야말로 고무줄 잣대다. 피의자가 피의자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갑작스레 입건된 사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검찰에 '조사를 받을테니 기소든 무혐의든 결론을 내달라'고 해도 소용없다. 일단 취득한 정보는 그것이 불법이든 아니든 저장하고, 활용하고 보는 것이다.
무조건 입건부터 시켜놓고 내사 중이라며 별건 수사 여지를 열어놓는다. 이런 식으로 종결 처리 없이 캐비닛에 넣어뒀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다시 꺼내서 '정치 수사'를 하는 관행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당장 검찰청의 기능을 기소청, 중대범죄수사청, 공수처, 국가수사본부 등으로 나눈다고 해도 문제가 남는다. 지금까지 검찰이 가지고 있던 '캐비닛'의 불법 수집 정보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 '마스터 플랜'을 제시해야 한다. 검찰 개혁 법안 처리는 국회 소관이지만, '검찰 개혁'이 연착륙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검찰청의 수사권 남용 실태는 정확히 파악돼야 하고, 또 공개돼야 한다. 제도의 교체로 새로 생기게 될 수사 및 기소 관련 기관들에 디넷과 같은 '캐비닛' 관행이 그대로 이식된다면 검찰 개혁은 이도 저도 아닌게 될 수 있다.
마침 검찰 인사가 있다. 지금도 '불법 정보'들은 검찰청 안에 존재한다. 새로운 검찰 수뇌부는 '검찰청 캐비닛'의 실태를 조사하고 점검해야 한다. 폐기할 개인정보는 폐기하고, 무분별한 내사 실태를 점검하는 등 '캐비닛 청소'를 해야 한다. 검찰권 남용으로 인권이 무시되고 국민이 피해를 보거나 권한이 침해되는 일은 '윤석열 검사 정권'으로 끝내야 한다. 국민 위의 검찰이 아닌 국민 속의 검찰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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