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취임 이후 남북 간 상호 비방 방송을 중단한 데 대해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평가할 일이 못된다며 남한의 어떤 정책과 제안에도 흥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면서 한반도 평화 공존을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8일 대통령실은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지난 몇 년간의 적대·대결 정책으로 인해 남북간 불신의 벽이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인 '평화 정착'은 이재명 정부의 확고한 철학으로 정부는 적대와 전쟁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일관되게 취해 나가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 역시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담화는 북한당국이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며 "정부는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화해와 협력의 남북관계를 만들고 한반도 평화 공존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차분히 일관하게 추진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북한과 관계를 접근해 나갈 것이냐는 질문에 구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조치 방향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것은 어렵고,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리겠다"고 답했다.
김 부부장이 오는 10월 말 열릴 에이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하려는 데 대해 '망상'이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 구 대변인은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남한도 김 위원장의 초청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25일 정동영 신임 통일부 장관은 취임식 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을 에이펙에 초청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너무 촉박하다. 7월이 다 갔는데"라며 "우선 대화부터 시동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 대변인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담화에서 북한의 비난 수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특별하게 적대적이거나 조롱하는 표현은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실제 이번 담화를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에 게재하지 않으면서 수위와 범위를 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남북관계를 북한의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남한의 국호인 '대한민국'을 줄인 말인 '조한관계'라고 표현한 '조한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이재명 정부의 어떤 정책과 제안에도 흥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는데, 연합 군사 훈련이 정세 악화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력대 한국정권들의 과거행적은 제쳐놓고 리재명(이재명)의 집권 50여 일만 조명해보더라도 앞에서는 조선반도(한반도) 긴장완화요 조한관계개선이요 하는 귀맛 좋은 장설을 늘어놓았지만 한미동맹에 대한 맹신과 우리와의 대결기도는 선임자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며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그 사례로 들었다.
김 부부장은 "미구하여 세상이 목격하게 될 일이지만 또 다시 우리의 남쪽국경너머에서는 침략적성격의 대규모합동군사연습의 련속적인 강행으로 초연이 걷힐 날이 없을 것이며 미한은 상투적수법그대로 저들이 산생시킨 조선반도정세악화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해보려고 획책할 것"이라면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지속되는 한 남한에 대한 적대적 태도와 인식은 계속될 것임을 확인했다.
북한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간 직접적인 연락에 응하지는 않았으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대남 확성기 방송 중단으로, 또 대북 방송 중단에는 대남 방해전파 중단 등으로 호응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해 왔다. 여기에 지난 8일 북한 어민을 송환했을 때 남북은 유엔군사령부를 통한 간접 소통을 하기도 했다.
그랬던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없다며 그 주요 배경으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언급하는 담화를 낸 것을 두고, 단기적으로는 이 훈련 여부가 이후 관계 설정에 주요한 변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