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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이주노동자 3주 동안 3명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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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이주노동자 3주 동안 3명 숨졌다

관급공사 현장서 제초작업하다, 냉방설비 미비한 공장에서 일하다 쓰러진 이주노동자들

기록적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에 이어 임업과 제조업 현장에서도 이주노동자가 쓰러져 숨졌다. 3주간 알려진 것만 세 명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북본부, 이주노동자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 등은 28일 경상북도 포항시 포항노동지청 앞에서 폭염 속 이주노동자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들은 "지난 24일 10시 40분경 33.6도 폭염경보 속에서 제초작업을 하던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가 달아오른 뜨거운 애초기를 맨 채로 쓰러졌다. 12시 55분경 헬기구조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며 "당시 119대원이 측정한 체온은 1차 측정 38.5도, 2차 측정 39.6도로 온열질환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재해현장은 포항시 관급공사 현장"이었다며 "반장 이외에 10여 명의 노동자가 모두 네팔 이주노동자로 구성된 작업반"이었다고 짚었다. 이어 "관급공사 현장임에도 포항시, 산림조합, 입찰업체 누구도 폭염 속 야외작업 현장에서 안전교육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연이은 노동자의 죽음은 고용노동부, 경상북도의 방조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관급공사 현장 폭염경보시 작업중지 의무화 △이주노동자를 위한 폭염 안전지침 전달체계 마련 △작업현장 관리감독 체계 구축 △고용노동부와 경상북도의 사과를 촉구했다.

바로 전날에도 경기도 김포시의 한 공장에서 근무하던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 A씨가 돌연사했다. 플라스틱 사출 업무 노동자였던 A씨는 사망 전날 공장에서 야근을 했고 다음날 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지역 의원을 찾았다. 영양제를 투여 받고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A씨는 인근 대형병원을 찾았지만 끝내 의식을 잃고 숨졌다.

이주노동자지원센터 김포 이웃살이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고인의 동료들 말을 들어보면 A씨가 사망한 공장에 냉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이제 에어컨 등을 설치 중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이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이유로 유족 동의를 얻어 부검하지 않아 A씨의 정확한 사인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김포 이웃살이 관계자는 "산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이 부검을 했어야 한다. 이주노동자 사건이라 쉽게 넘어간 게 아닌지 아쉽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일에는 경북 구미시의 한 건설현장에 처음 출근한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B씨가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당일 현장 기온이 37도까지 오르며 한국인 노동자들은 오후 1시에 퇴근했지만, 이주노동자로 구성된 팀은 오후 4시까지 일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 사건은 이후 정부가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2시간에 20분 휴게' 등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규칙 개정안을 시행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후로도 폭염 속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가동한 지난 5월 15일부터 지난 26일까지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11명인데, 이날까지 알려진 이주노동자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만 세 명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수는 약 130만 명으로 비율로는 전체 인구의 약 2.5%인데, 이에 비춰보면 온열질환 피해자 비율이 높다.

▲ 민주노총 경북본부, 이주노동자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등이 28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연 포항 기북면 폭염 속 이주노동자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대책 촉구 기자회견.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연이은 이주노동자 폭염산재의 원인과 대책을 묻는 말에 이기춘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이주노동자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산업안전 제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이주노동자가 우리 사회를 만드는 중요한 사람들이라고 사고하지도 않는다"며 "그런 생각이 바뀌어야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정영섭 이주노동자노동조합 활동가는 "정부의 폭염 수칙 준수를 감독 중이라고는 하지만 건설이나 농업 등의 영세 현장까지는 미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이주노동자들도 취약한 위치에 있다 보니 사업주나 관리자에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주노동자 폭염 산재 관련 대책을 묻는 말에 "산업안전, 외국인력 등 관련 부서들이 함동점검, 불시점검을 계속하고 있고 농업진흥청, 산림청, 지방자치단체 등에도 수칙 준수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며 "지난 25일 경제단체에 폭염 수칙을 전파했고 체감온도를 꼭 측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고 답했다.

이어 "17개 언어로 폭염 수칙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게시했다"며 "사업장에도 국적에 맞는 언어로 된 산재 예방수칙을 부착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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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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