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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마오리부족, 전북환경청에 '도요새 서식지 수라갯벌 훼손 막아 달라' 서한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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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마오리부족, 전북환경청에 '도요새 서식지 수라갯벌 훼손 막아 달라' 서한 발송

새만금은 마오리부족의 기원인'큰뒷부리도요'(쿠아카)의 중간기착지...쿠아카의 생존 가능성 위협은 마오리의 문화유산 위협과 같아

뉴질랜드 마오리 부족의 '황아누이 쿠아카' 공동체가 전북지방환경청에 새만금 수라 갯벌 보존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왔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이 공개한 이 서한에서 이들은 "뉴질랜드-서해갯벌-북극지방을 오가는 '큰뒷부리도요'(쿠아카)의 서식지 보존을 위해 연관된 모든 공동체가 신중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특히 새만금신공항 예정 부지인 수라 갯벌에서, 쿠아카 서식지와 생태적 삶의 방식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당국이 현명하고 신중한 결정을 내려주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큰뒷부리도요는 마오리의 기원으로 여겨지고 지금도 전통의 핵심이다.

뉴질랜드/아오테아로아의 마오리 이위(iwi, 부족)는 그들이 도요새를 따라 넓은 바닷길을 지나 뉴질랜드/아오테아로아에 왔다고 여긴다.

전통의 상징(tohu, 토후, 안내하다, 조언하다, 생명을 구하다라는 뜻도 있다)인 큰뒷부리도요(Kuaka, 쿠아카)가 먼 길을 떠나 도달한 새만금에서 굶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마오리 사람들은 크게 충격을 받았다. 사반세기 전부터 새만금 사업 중단과 생명 수호의 뜻을 전해온 마오리 이위는, 또다시 대한민국 당국에 신공항 사업으로 인한 파괴에 대한 우려와 수라갯벌의 보존의 뜻을 전해왔다.

마오리 전승에 따르면 도요새들은 매년 숲과 새의 신인 타네(Tāne)가 이끄는 넓은 길(te ara whānui a Tāne)을 따라 이동하며, 사후 마오리 사람들의 영혼도 그 신성한 길을 따라간다. 큰뒷부리도요(Kuaka), 붉은가슴도요(Huahou)가 자신들의 기원이라고 생각하는 마오리 사람들은 새들이 먼 길을 떠날 때 중요한 의식을 치른다.

마오리 사람들이 기원으로 여기는 큰뒷부리도요는 뉴질랜드/호주에서 길을 떠나 시베리아/알래스카까지 약 1만 7천 km를 날아간다. 이 놀라운 긴 여정 동안 단 한 번 쉬는데, 그 유일한 중간 기착지에 새만금 갯벌이 있다. 따라서 큰뒷부리도요, 그리고 마오리 이위의 관점에서 새만금 간척은 바로 자신들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큰뒷부리도요가 뉴질랜드에서 새만금까지 먹지도 자지도 않고 7-8일 을 논스톱으로 날아오면, 출발 때 몸무게의 40%가 줄어든 앙상한 상태로 새만금 갯벌에 내려앉는다. 이때 충분히 먹이 활동을 하고 체중을 회복해야 다시 알래스카로 날아갈 수 있다.

매년 풍요로운 휴식처를 제공하는 새만금 갯벌을 믿고 온 힘을 다해 날아왔는데, 새만금방조제 건설 이후 내려앉은 새만금에 갯벌은 없고 썩어가는 마른 땅만 남아 있었으니 큰뒷부리도요의 대부분은 아사하고 말았다.

그 결과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된 2006년 이전에 4175개체가 관찰되던 큰뒷부리도요가 현재는 겨우 274개체가 관찰되는 수준으로 급감했다. 새만금 갯벌은 단지 한반도 서해에만 속한 곳이 아니라, 전 인류와 전 지구의 인드라망에 얽힌 곳이다.

24년 전인 2001년 6월 뉴질랜드/아오테아로아 웰링턴에서 열린 ‘환경과 예술 국제심포지엄’은 마오리 사람들이 세계 각지의 예술가들이 함께 작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해창갯벌 ‘장승벌’에 장승과 솟대를 세워온 최병수 작가와 마오리 사람들은 새만금갯벌을 지키는 솟대와 장승을 공동 제작해, 마오리 부족의 전통 장승과 함께 현지 테헤루어랑기 문화교육센터 앞에 세웠다.

또한 연대의 의미로 마오리 작가들은 마오리의 조상신 티푸나 타네(Tipuna Tāne)와 도요새 두 명의 조각을 기증했다. 이 조각들은 최병수 개인 전시회에 전시된 뒤, 새만금 해창갯벌로 옮겨져 지금까지도 전시되고 있다. 또한 2002년 10월 조각가 타키리랑기 스미스 등 마오리 사람 5명이 새만금을 방문했고 사업 중단을 호소했던 바 있다.

과거의 연대에 이어, 마오리 부족의 황아누이 쿠아카 공동체는 지난 달 전북지방환경청에 보낸 서한(번역: 김윤하)에서 다시 한 번 전지구적 관점에서 쿠아카(큰뒷부리도요)가 갖는 의미를 강조하며 남반구와 북반구에 걸쳐 있는 철새이동경로 전체에서 쿠아카의 서식지를 보존해야 함을 호소하고 있다.

서한에서 이들은 "쿠아카는 인류의 역사 이전부터 멀리 떨어진 장소들과 사람들을 연결해 왔으며 이러한 연결은 현재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EAAF)를 따라 연결된 모든 공동체들이 쿠아카의 서식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신중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리며 수라 갯벌의 경우, 쿠아카 서식지와 생태적 삶의 방식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당국이 현명하고 신중한 결정을 내려주시기를 요청한다"고 전하고 있다.

서한을 공개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새만금신공항 예정부지인 수라갯벌은 지구 전체, 모든 세대 전체에 속한 곳"이라며 "이곳을 필요도 없는 공항 건설로 밀어버릴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황아누이 쿠아카 공동체에서 보낸 서한은 갯벌이 모두의 것이며 모두를 길러내고 있음을 절실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 사진 왼쪽: 2001년 6월 해창갯벌 ‘장승벌’에 장승과 솟대를 세워온 최병수 작가와 마오리 사람들은 새만금갯벌을 지키는 솟대와 장승을 공동 제작해, 마오리 부족의 전통 장승과 함께 현지 테헤루어랑기 문화교육센터 앞에 세웠다. 오른쪽: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큰뒷부리도요(W4BBRW)의 전체 이동경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아래는 마오리 황아누이 쿠아카 공동체가 전북지방환경청에 발송한 서한 내용이다.]

황아누이 쿠아카 공동체

(Dr. Billy van Uitregt, Cecelia Kumeroa, and Tania Te Huna)

철새, 특히 쿠아카(큰뒷부리도요)와 같은 종들의 놀라운 생태와 삶의 역사는, 현재의 인류의 지리적 경계 및 공간 인식 방식의 한계를 드러내는데, 이 방식은 국가 단위 중심의 사회정치 체계에 기반해 있습니다.

쿠아카는 인류의 역사 이전부터 멀리 떨어진 장소들과 사람들을 연결해 왔으며, 이는 인간 담론이나 정치 체계 속에서 충분히 인식되지 못한 오래된 유산입니다. 이러한 연결은 현재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다양한 국가 행위자들의 결정이 이러한 위협을 완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마오리 이위(iwi, 부족)들에게 쿠아카는 부족 전통과 정체성의 핵심이며, 지역사회 및 공동체의 문화유산에 필수적인 존재입니다. 따라서 쿠아카의 서식지와 종으로서의 생존 가능성을 위협하는 결정은 곧 마오리의 문화유산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저희 황아누이 우리(후손, uri) 기반 연구 공동체에게 있어, 지역의 쿠아카는 지역사회와 세계를 연결하는 상징(토후, tohu)이자, 그 연결의 불안정성을 일깨워주는 존재입니다. 이에,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EAAF)를 따라 연결된 모든 공동체들이 쿠아카의 서식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신중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수라 갯벌의 경우, 쿠아카 서식지와 생태적 삶의 방식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당국이 현명하고 신중한 결정을 내려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저희 우리(후손, uri)-기반 황아누이 쿠아카 공동체 또한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음을 이 자리를 빌어 확실히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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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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