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싱크대까지 물이 들어왔어요. 모텔에서 온가족이 지내야 하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지난달 17~20일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광주 북구 신안교 일대 저지대가 또다시 물에 잠겼다. 3일부터 4일까지 199㎜가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지난달 침수 피해 복구도 채 끝나기 전에 또다시 수마가 덮쳤다.
4일 오후 찾은 신안교 서방천 인근 허물어진 주택 벽면엔 속살이 훤히 드러났고, 교량 일대엔 토사와 가재도구, 생활 쓰레기들이 뒤엉켜 나뒹굴었다.

'중앙자전거' 간판 밑 깨진 유리창과 처참한 잔해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가게 반대편 벽도 수압을 견디지 못해 뚫렸고 실내까지 드러났고, 널부러진 연장, 자재와 자전거 용품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
해당 가게를 운영해 온 조규선씨(80)는 "물이 허리까지 차오르면서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고 연장, 의자, 전자제품이 전부 떠내려갔다"며 "두 번이나 이 지경이 됐는데 도대체 어떻게 장사를 하란 말이냐"고 토로했다.
이날 현장에선 구청 관계자들이 서방천을 따라 설치된 1.5m 높이 아크릴 물막이 내부 철근 구조를 점검하고, 배수로 추가 설치를 논의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시 관계자는 "폭우로 인한 하천 역류 위험도 있어 당장 조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배수로를 기존 4개에서 15개로 확대하고 물막이 철거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무너진 옹벽 앞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저장고 3개가 무너져 수천만 원 손해를 봤고, 옥상 위에 5명이 대피했다. 집 문짝이 떨어져 나가면서 앞 비막이를 날려버려 물이 빠져 겨우 목숨을 건졌다"며 "당장 자기 집이 이랬어도 저렇게 느긋할 수 있겠느냐"고 분노했다.
문종준씨(49)는"침수 피해를 본 집을 직접 고치고 있는데 자재비만 500만원이 넘게 들어갔다"며 "패트병만 흘러들어가도 막힐 배수로를 몇개 더 뚫는다고 도움이 되겠느냐. 속이 터진다"고 성토했다.
이곳에서 35년을 살았다는 한 주민은 "비막이 만들고부터는 피해가 심해졌다"며 "사람이 떠내려가 죽는 일은 상상할수도 없었다. 꼭 누가 죽어야 대책이 나오느냐"고 원성을 토해냈다.

당국은 이날 주민들과 간담회를 통해 차수막 설치 등을 위해 300여만원을 지원하는 안과 풍·수해 보험 등을 안내했지만 주민들은 피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시 관계자는 "침수 피해 상가가 1200곳, 주택 600곳인만큼 현실적인 예산의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상인들과 거주민을 중심으로 현실적인 보상과 대응을 위한 대책위를 구성하기 위해 오는 8일 모일 예정이다.
한편 광주시는 지난 20일 신안교를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공식 요청했고, 신안 철교 재가설과 저지대 하천 폭 확장 등 항구적 대책 마련을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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