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주·전주 행정통합을 둘러싼 갈등의 중심에서, 두 기초자치단체장이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해법은 좁혀지지 않았고, 쟁점만 재확인한 채 토론은 마무리됐다.
5일 KBS전주방송총국에서 열린 <완주·전주 상생의 길, 단체장에게 묻다> 방송 토론에서 우범기 전주시장과 유희태 완주군수는 각각 ‘주민투표’와 ‘여론조사’를 내세우며 절차의 정당성과 주민 동의 방식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주민투표가 정당한 방식” vs “여론조사로 공감대부터”
통합 추진 절차와 관련해 우범기 시장은 “완주군민의 건의로 시작된 논의인 만큼, 주민의 참여를 전제로 한 주민투표가 가장 정당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여론조사로 인한 갈등이 반복됐던 만큼, 직접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주민의 뜻을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희태 군수는 “통합 여부 결정에 앞서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높다면, 굳이 주민투표까지 갈 필요가 없다”고 반론을 폈다. 그는 “2013년 통합 무산 당시 지역사회가 겪은 분열과 갈등의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상생방안 실현 가능성 놓고도 입장차
전주시와 완주군 통합을 추진하는 측에서 제시한 105개 상생발전사업 역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우 시장은 “해당 사업들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특별법 제정과 전북자치도의 조례 제정 등 제도적으로 실행 가능성이 확보된 방안”이라며 “국가가 법으로 정한 사항을 믿지 못하면 행정 신뢰 자체가 흔들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 군수는 “이 상생사업안은 완주군과 협의 없이 민간단체 주도로 일방적으로 마련된 것”이라며 “주민을 대변하는 의회와 지역단체와의 논의가 전제되지 않은 채 제시된 방안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유 군수는 통합 시청사 이전 등 핵심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이행 가능성 없이 발표된 사업은 지역민의 기대보다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재정 건전성 논쟁…“자산” vs “부채”
재정 문제에 대해서도 양측의 인식은 달랐다.
유희태 군수는 “전주시의 지방채 규모가 6,000억 원에 이르고, 통합 이후엔 교부세 감소 우려도 있는 만큼 재정적 부담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주시가 관광거점도시 사업을 자체 예산으로 추진하지 못했다는 보도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우범기 시장은 “전주시 부채의 절반은 도시공원 부지 매입 등 자산으로 남는 투자였고, 나머지도 수영장·체육관 등 인프라 확충에 사용된 것”이라며 “현재의 재정 문제는 일시적 세수 감소에 따른 것으로,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시청사 이전·청사 입지 놓고도 제안 엇갈려
청사 이전을 포함한 통합 이후 행정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구상이 제시됐다.
유 군수는 “전주시청을 도청 청사로 이전하고, 전북도청은 전주와 완주 경계인 만경강 인근으로 옮기자”는 구체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전주시청 자리는 문화예술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우 시장은 “통합 시청사 입지에 대해 완주군민의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며 “완주 삼봉지구가 통합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공론화 필요”는 공감…방법론은 여전히 평행선
토론의 마지막에서 양측은 통합 논의의 필요성과 공론화의 중요성에는 공감했지만, 그 방법론을 두고는 끝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유 군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주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후속 절차 여부를 결정하자”고 밝혔다. 반면 우 시장은 “주민투표야말로 주민 의견을 직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방식”이라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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