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 먹으러 대전 간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다소 과장된 말처럼 들렸지만 지금은 낯설지 않다.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2025 여행자·현지인의 국내 여행지 평가 및 추천 조사’에 따르면 대전은 디저트류 추천 광역시 부문에서 46.9%라는 압도적 수치로 1위를 기록했다. ‘디저트 하면 대전’이라는 공식이 이제 통계로도 증명된 셈이다.
서울(28.6%)을 18.3%p나 앞질렀다는 점은 특히 고무적이다.
디저트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감각과 이미지의 총합이다. 디저트를 찾는 여정에는 맛뿐 아니라 분위기, 장소, 경험이 함께 얽힌다. 그런 면에서 대전은 지금, 도시 자체가 ‘디저트 콘텐츠’가 된 유일한 사례로 꼽힌다.
그 중심에는 중구가 있다. 성심당 본점을 품고 있는 중구는 추천율 58.9%로 전국 기초지자체 1위를 기록했다.
대전 전체로 눈을 돌려봐도 서구(3위), 유성구(4위), 동구(7위), 대덕구(16위)까지 모두가 상위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어느 동네를 가든 ‘맛있는 여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서 잠시 멈춰 묻는다. “과연 이 디저트 도시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이쯤에서 우리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들여다봐야 한다.
성심당은 대전 디저트 관광의 상징이자 아이콘이다. 그러나 한 브랜드에 의존하는 구조는 자칫 지역 전체의 생태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더 많은 디저트 브랜드가 이 지역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창업 지원, 브랜딩 컨설팅, 공동 마케팅 등 체계적인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중구 선화동, 은행동, 대흥동 일대를 중심으로 디저트 카페, 베이커리, 로스터리, 디저트 바 등이 모여 있는 골목은 이미 훌륭한 관광자원이다. 이를 단순한 상권이 아닌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기획·운영한다면, 도시 경험의 완성도는 한층 올라갈 수 있다.
대전 인근 충청권은 사과, 포도, 복숭아, 밤 등 우수한 원재료 생산지이기도 하다. 이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디저트의 개발과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면, 지역경제 순환과 건강한 먹거리 트렌드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디저트 생태계를 위해선 제품력에 대한 안정성과 정체성 유지가 필요하다. 지역 내 제과제빵 교육기관, 공방, 디저트 인큐베이팅 센터 등을 통해 실력 있는 인재를 길러내고 동시에 위생 및 품질 기준을 높여나가야 한다.
디저트는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이 생명이다. MZ세대를 겨냥한 디지털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공간 자체의 ‘경험 콘텐츠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예술 전시와 디저트의 결합, 지역 이야기 기반의 디저트 개발 등 감성적인 확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디저트는 도시를 부드럽고 달콤하게 만든다. 하지만 ‘맛있다’는 평판이 관광 산업 전체의 견고한 토대가 되기 위해선 그만큼의 전략과 지속성이 필요하다.
대전은 이미 첫걸음을 잘 떼었다. 이제 필요한 건 다음 장(Chapter)을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다.
디저트가 도시의 얼굴이 된 지금, 대전은 그 얼굴에 새로운 표정을 더할 시간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