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예방시설이 생기기 전에 인근 아파트 지하만 잠기는 정도였는데 이번엔 인명피해까지 났습니다. 재해가 아니라 인재(人災)입니다."
집중 호우로 피해를 입은 광주시 북구 신안동 일대 주민들이 관할 자치단체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신안교 일대 원주민과 상가 상인 등 20여 명은 오는 8일 대책위를 정식 구성하고 광주시와 북구청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고발할 계획이다. 민사 소송도 함께 진행한다.
광주 북구 신안교 일대는 지역의 대표적 상습 침수 지역이다. 지난 7월 중순과 이달 3일 폭우가 쏟아져 광주 북구 신안교에서 불어난 하천 급류에 휩쓸린 1명이 숨지는 등, 광주에서만 총 2명이 사망하고 총 769건의 호우피해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2020년 8월에도 극한호우로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상가, 주택가가 물에 잠겼고 차량 수십대도 침수됐다.

신안교 일대가 침수될 당시 이웃 3명을 구조한 문종준씨(49)는 6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직장생활이 바빠 이번 대책위에서 직책을 맡지는 않지만 건축 전문가로서 법률적·기술적 자문을 맡게 된다"고 알렸다.
문씨는 "광주시에 확인해 보니 옹벽을 일반 주택 난간에나 쓸 단배근(철근 1겹)으로 시공했다. 도면 등을 확보하고 X레이 측정 장비 등을 동원해 시설물을 점검해 본격 소송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소송 신청은 1차·2차로 나눠 받아 참여 기회를 넓히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문씨는 지난달 폭우 당시 광주 북구 신안동에서 약 1.6m 높이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 스스로 대피가 어려운 80대 고령 주민 등 3명을 구조했다.
그는 "저희 집 왼쪽 집 할머니는 건물 사이에서 물이 나와 회오리가 치는 위험한 지점을 통과해 대피시켰고, 두번째 할머니 집은 대문이 철문이라 열리지 않아서 나오지 못하셨다"며 "당시 철문이 수압에 밀려 열리지 않아 주민들 2명과 함께 문을 강제로 휘게 만들어 확보한 50㎝ 정도의 틈으로 70㎏가 넘는 할머니를 안고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그는 "세번째 할머니는 오른쪽 집에 사는 고관절 수술을 받은 어르신이셨다. 아들이 와서 대피하신 줄 알았는데 안가신다고 하니 대피를 안시켰었다"며 "가보니 물이 목까지 차올라서 고개만 들고 계시더라. 1분만 늦었으면 어르신이 숨을 쉬지 못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을 묻고 대책 마련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주시는 주민들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자 부랴부랴 개선을 요구한 홍수방어벽의 아크릴 판을 제거하고 200㎜ 배수구 15개도 추가했다.
문씨는 "패트병 큰 것만 들어가도 막히는 배수구를 뚫는다고 안전이 확보되겠냐"며 "최소 지름 300㎜ 이상의 배수구를 뚫거나 벽 자체를 제거해야 인명사고와 침수 문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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