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대통령 부인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수사기관 앞 포토라인에 선 김건희씨가 조사실로 들어가면서 던진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말한 것이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의 위기 탈출 장면과 흡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건희씨는 지난 6일 오전 10시 10분 쯤 특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웨스트에 도착해 조사실로 들어가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하면서 "국민들께 심려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양혁승 전 연세대학교 교수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장면을 마치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이아'가 외눈박이 거인족에 포로로 잡혔다가 탈출하는 장면과 흡사하다고 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는 외눈박이 거인족 퀴클롭스 폴리페모스를 속이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우티스'(Οὖτις, 영어 Nobody, 아무도 아닌 자)라고 밝히면서 미리 준비해 간 포도주를 마시게 해 취하게 한다.
그 후 오디세이아 일행은 술에 취한 폴리페모스의 눈을 찔렀고, 오디세이아에 의해 눈이 찔린 폴리페모스가 외치는 비명을 듣고 그를 도우러 온 다른 퀴클롭스들이 "누가 너를 해치려고 했느냐"고 묻자 폴리페모스는 "Nobody가 나를 공격했다"고 말했다.
"아무도 나를 공격하지 않았다"고 알아들은 퀴클롭스들은 눈이 찔린 동료에게 실없는 녀석이라며 도움을 주지 않은 채 발걸음을 돌렸다.
오디세우스는 이 "아무도 아닌 자"라는 '무명' 전략을 통해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양 교수는 "김건희 씨의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특검 포토라인 앞에서의 말은 언뜻 보면 국민 앞에서 '자기 낮춤의 표현'처럼 보이지만, 그 타이밍과 장소, 말의 구조를 보면 단순히 자기 낮춤이 아닌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엿보이는 말처럼 들린다"고 지적했다.
이는 스스로를 '무명'으로 포장함으로써 도덕적 책임과 공적 의혹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마치 오디세우스가 이름을 감춤으로써 위기에서 벗어 났듯이, '위기탈출 본능'이 극도로 발달한 김 씨가 '무명'의 방패를 들어 국민들의 법적·도덕적 심판의 눈을 흐리고자 한 것은 아닐까"라며 물음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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