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을 맞아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흐름을 함께 만들어 온 중견 사진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특별한 행사를 연다. 8월 16일(토)부터 22일(금)까지 서울 인사동 아지트미술관에서 열리는 다큐사진 페스티벌 '그날, 이후'는 9명의 사진·영상 작가들이 기획전과 토론회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비극과 환희, 그리고 삶의 현장을 조명한다.
이번 행사는 참여 작가들의 공동 기획으로 마련됐으며, 아지트미술관과 월간 「사진예술」, (주)유로포토/매그넘코리아 에이전트가 공동 후원한다. 기획전에는 김은주, 김흥구, 노순택, 박종면, 변성진, 엄상빈, 유별남, 장영진, 우성하 등 9명의 중견 작가가 참여해 각자의 시선과 방식으로 기록한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 현대사의 상처와 치유, 그리고 기억
김은주 작가는 '치유되지 않은 빛'이라는 주제로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서사와 그 안에 켜켜이 쌓인 트라우마를 다뤘다. 방치되거나 허물어져 가는 현장을 찾아 피해자들의 삶을 담아낸 이 작업은, 광복 이후 최대 국가 폭력의 상흔을 다시금 마주하게 한다.
김흥구 작가는 제주 4·3 사건을 비롯한 근대사의 흔적을 좇은 '트멍'을 선보인다. 사라진 마을, 학살터, 굿, 피해자, 외부 자본의 관광 개발지 등을 기록하며, 제주 민간 신화를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를 은유적으로 담아냈다.
노순택 작가는 '남남남'이라는 제목의 병풍 형식 작품을 내놓았다. 남풍리, 남일당, 남지피(Nam-GP) 등 세 장소에서 목격한 분단의 피비린내, 광적인 이념 사냥, 혐오와 충돌을 담았다. 그는 "서로 다른 장소지만, 닮은 점이 많다"고 말하며 한국 사회의 이념 갈등을 사진과 글로 직조했다.
민주주의의 위기와 시민의 투쟁
박종면 작가는 광복 80년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맞닥뜨린 반(反)민주주의의 현실과 이를 극복하려는 시민들의 투쟁을 포착했다. 20세기 후반 이후, 21세기에 다시금 비상계엄령이 선포될 줄 몰랐던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흘린 눈물과 민주정부 재수립의 환희를 순간적으로 담아냈다.
변성진 작가는 독립운동가 동상을 적외선 사진 기법으로 촬영했다.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모든 물체가 방출하는 빛인 적외선을 통해, 외형 너머에 숨겨진 뜨거운 열정과 꺼지지 않는 염원을 시각화했다.
유별남 작가는 '다름 속의 같음'을 주제로 세계 곳곳을 기록했다. 아프가니스탄 난민 3세 소녀, 파키스탄 포터 소년 등 국적과 언어가 다르지만 삶의 본질에서는 닮아 있는 인물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는 제주 4·3 사건과 근현대사 관련 작업뿐 아니라 EBS '세계테마기행'에서도 활동해왔다.
토론회 통해 한국 다큐사진의 현재와 미래 모색
행사 중인 8월 20일 오후 6시에는 아지트미술관에서 '다큐멘터리 사진 발전을 위한 토론회'가 열린다. '세계 다큐사진 트렌드와 한국 다큐사진'을 주제로 이규상 사진 전문 출판사 '눈빛' 대표가 발제를 맡고, 참여 작가들이 지정 패널로 나서 종합 토론을 벌인다. 좌장은 월간 「사진예술」 발행인이자 (주)유로포토/매그넘코리아 에이전트 대표인 이기명이 맡는다. 토론 후에는 관객과의 질의응답 시간도 예정돼 있다.
이번 페스티벌은 단순한 사진 전시를 넘어,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참여 작가들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의 역사와 현재를 담아낸 작품들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지켜야 하는지를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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