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테크노 밸리’ 조성 사업이 지하수의 순환 체계를 무너뜨릴 것으로 전망돼 시민단체가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서귀포시 하원 지역에 흐르는 지하수는 인근 마을과 농가, 그리고 서귀포 시민 40%의 식수원인 강정천을 살려왔다. 이곳에 하원 테크노 밸리’ 조성 사업이 추진되면서 지하수 증설과 폐수 방류 등으로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제주 녹색당, 정의당 제주도당, 우주군사화와 로켓발사를 반대하는 사람들, 강정마을회는 12일 성명을 내고 “‘하원 테크노 밸리’ 조성 사업은 제주의 물 순환을 뒤흔드는 개발”이라며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하원 테크노 밸리’의 한 달 물 사용량 2만 톤 중 지하수는 15000톤이다. 나머지는 상수도로 공급할 계획이지만, 이 마져도 광역망에 의한 지하수로, 제주도는 이미 지하수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제주 지하수 센터는 2025년 하루 6만 톤의 지하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시민단체는 "도내 토양수분을 조사한 39곳 중 3곳이 ‘부족’을 기록하고, 6곳이 ‘조금 부족’을 나타냈다는 결과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며 "지하수 함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곶자왈에 대한 개발을 허용하고, 제주도 전역에 불투수층이 광범위하게 넓어지며 전체적으로 강수량이 늘었음에도 지하수로 전환되는 빗물의 양은 오히려 줄었다"고 주장했다.
올해 7월 제주의 강수량은 68.7㎜. 평년(231.3㎜)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장마철임에도 비가 오지 않는 ‘마른 장마’가 이어졌고, 중산간 농가의 관정은 바닥을 드러냈다. 물을 받기 위해 한밤중까지 기다리는 풍경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곶자왈 훼손, 불투수층 확대,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 패턴 변화가 지하수 함양량을 갉아먹고 있다.
시민단체는 지하수의 수량 부족에 대해 "조금의 가뭄에도 지하수가 고갈될 수 있는 인위적 요인이 된다"면서 "또한 중산간 이하 지하수의 질소화합물 오염 문제도 이미 심각한 수준이며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 상승에 의한 해안 기저 지하수의 염수화도 더 심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국지성 호우와 가뭄의 빈도가 높아지는 추세로 제주도 지하수 상황은 악화일로다. 시민단체는 제주지역의 국지성 호우는 지하수 함양에 도움이 되지 않고 바다로 흘러갈 비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재해의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는 "가뭄의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화산섬의 특성상 매우 위험한 징조"라면서 "제주는 평시에는 물부족 지역이 아니나, 화산섬의 특성상 가뭄에 매우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UN은 이상기후의 재난을 막을 1.5도는 작년에 이미 넘어섰고,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터닝포인트인 2도는 2100년이 아닌 2050년 이전에 도달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현대과학으로 물자의 이동은 자유로울수 있으나, 기후 이상으로 국제적인 식량난이 닥치면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이 20%에 불과해 기아에 내몰릴 위험이 있다.
시민단체는 화산섬으로 이뤄진 제주도의 지층 구조에 대해 "토양의 깊이가 얕아 가뭄에 더욱 취약하다"며 "과거에는 지하수가 빗물저장고 역할을 해 가뭄이 길어져도 용천수로 인해 먹는 물까지 사라지지는 않았으나, 지하수를 마구 퍼내 쓰는 현대에는 3달이상 이어지는 가뭄에는 지하수가 완전히 고갈돼, 기후 위기에 더욱 취약한 섬이 됐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그러면서 "제주의 지하수는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전 도민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내야 할 ‘필수 생존자원’"이라며 "장기간의 가뭄에도 지하수가 완전히 고갈되지 않도록 기준을 정하고 적극적으로 빗물과 중수 활용을 의무화하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해 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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