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헌율 전북자치도 익산시장이 13일 "모든 로비의 시작은 골프다"며 "한 사람의 골프접대 충격이 대다수의 청렴하고 선량한 공직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전 익산시청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골프를 막아야 원천적으로 (로비를) 방지할 수 있다"며 흡사 '골프 트라우마'에 가까운 경기(驚氣)를 보였다.
20년 이상 골프를 쳤다는 정헌율 익산시장은 전북자치도 행정부지사를 거쳐 국민권익위 상임위원으로 일하다 익산시장 출마를 위해 퇴임한 2014년 1월 이후 1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골프채를 잡지 않았다.

이런 그가 시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골프 금지령'까지 내리며 격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지난 2년 동안 2개의 충격에 가까운 사건이 똬리를 틀고 있다.
우선 지난달 28일의 일이다. 정헌율 시장은 이날 간부회의 석상에서 간부들에게 "임기 1년 남은 저에게 '청렴선물'을 주실거죠?"라며 거듭 공직자 청렴을 강조했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 시장은 경찰이 익산시청을 압수수색한다는 보고를 접하고 충격을 받게 된다.
작년 말부터 익산시의 간판정비 사업과 관련한 특혜 의혹을 내사해온 경찰이 하필 그날 시청 2개 부서를 압수수색 한 것이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간부공무원 A씨(5급)가 직원을 시켜 자신의 차를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경찰이 해당 차량을 수색했고 예상치 못한 수천만원 상당의 현금이 발견되며 파문은 훨씬 커졌다.
곧이어 A씨가 관련 업체가 골프 라운딩을 여러 차례 가졌다는 소문이 흘러 나왔다.
경찰은 이달 4일에도 추가로 압수수색을 하는 등 간판정비 사업과 관련한 수사를 확대해 가고 있어 익산시청이 뒤숭숭한 분위기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골프 접대와 함께 현금 수천만원 발견 등을 언급하며 "단체장이 이날 아침 간부회의 석상에서 그토록 공직자 청렴을 강조했는데…"라는 신음이 들렸다.
사실 정 시장에게 '골프 트라우마'는 2년 전 사건까지 오버랩 되며 충격을 더해줬다는 후문이다.
2023년 9월 21일 아침에 정헌율 시장은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청렴라떼를 나눠주며 청렴을 외쳤다. 추석 연휴를 앞둔 때인 만큼 접대를 받거나 업체로부터 금품·향응을 제공받지 말라는 취지였다.
'청바지'는 '청렴하고, 바르고, 지혜롭게'와 '청렴은 바로 지금부터'의 첫 글자를 딴 상징적인 복장이었다.

단체장이 갑자기 청바지 차림으로 라떼를 나눠주자 출근하던 직원들은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인사를 주고받는 등 파격적인 시도는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이날 오후에 사달이 났다. 시청의 한 고위 간부가 퇴근 시간을 30분 앞당겨 사무실에서 나와 스크린골프장으로 직행한 사실이 국무총리실 암행감찰에 적발된 것이다.
더욱이 같은 날 저녁에는 시청 중간간부급 직원 2명이 업체로부터 향응을 제공받다 같은 감찰반에 적발되는 등 심각한 사안이 발생해 정헌율 시장이 충격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간부공무원 2명은 이날 저녁에 전직 퇴직공무원이 주선한 저녁식사 자리를 함께 한 후 노래방에 갔으며 이후 1명은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단체장이 청렴을 강하게 주문한 당일에 2차례나 간부공무원들이 문제를 일으키자 시청 안팎에서는 "반부패 청렴 실천은 구호나 서약이 아니다. 공직자 개개인이 사명감과 자긍심을 갖고 기본 덕목인 청렴의무를 다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말들이 나왔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청렴을 강조한 날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져 대다수의 청렴하고 선량한 공직자들이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며 "골프를 막아야 원천적으로 (로비를) 방지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골프 금지령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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