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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은 '가스라이팅'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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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은 '가스라이팅' 관계다

[기고] 한국은 더 이상 미국의 '호구'일 수 없다

최근 트럼프 미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을 재건했고 그곳에 머물렀다. 그런데 그들은 군사비로 우리에게 거의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았다."라고 강변했다. 그는 일찍이 대통령 후보 시절 한 경제클럽에서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지칭하면서 자신이 재임 중이었다면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 약 13조 원을 지불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며칠 전 주한미군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주한 미군은 숫자보다는 역량 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2만 8천여 명인 주한미군의 감축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또 전시작전권 전환에서 지름길을 택하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도 했다.

미국은 그간 언제나 주한미군의 철수 혹은 감축을 시사하는 방식으로 한국을 위협, 압박함으로써 항상 성공적으로 한국을 굴복시키고 엄청난 경제 분담금 지불이라는 이익을 획득해왔다. 얼마 전, 이 나라의 외교부 장관은 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이 이웃 국가들에 다소 문제가 되고 있다"며 "중국의 부상과 도전을 상당히 경계하게 됐다"고 말했다. 완전하게 미국 국무장관의 인터뷰라고 착각할 만한 내용이다. 이 나라 외교부 수장이 스스로 정확한 '미국적' 사고방식으로 충만되어 있다. 한국은 사실상 미국에 대해 전혀 "NO"를 하지 못하는 나라다. 여전히 적지 않은 한국인들은 한국이 미국의 정책에 반대하여 거스르게 되면 국가 전체가 아예 생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사실상 '신념화'한 상태다. 특히 이 나라 정치권은 항상 미국의 눈치를 살피면서 미국이 누우라고 하면 풀처럼 누웠다. 한때 중국 천안문 망루에 올라 중국과 절정의 우호관계를 과시한 바 있었던 박근혜는 그 뒤 미국 방문 뒤 미국에 완전히 '굴복'하였다.

그리하여 지금 한국과 미국은 일종의 가스라이팅(gaslighting) 관계다.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의 사전적 의미는 "타인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심리나 상황을 조작하여 그 사람을 통제하고 조종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 친미세력의 본원, 보수언론

가스라이팅은 심리적 의존으로부터 비롯된다. 그것은 상대를 과대평가하고 자신은 과소평가하는 데서 발생한다. 한국인들은 미국에 대하여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며, 스스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과소평가한다. 그러나 미국은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만큼 이 세계의 유일한 수퍼파워 혹은 절대 강자가 아니다. 미국은 세계의 거의 모든 전쟁을 일으키고 개입하지만 사실 그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패배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베트남전 참패는 그 대표적 사례이고, 아프간 전쟁에서도 여지없이 패퇴하고 철수해야 했다. 한국전쟁에서도 미국은 사실상 패배하였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전방위적으로 관세 압박에 나서고 있는 현 상황 자체가 이미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진 미국의 상황을 그대로 입증하는 장면이다. 한때 전 세계를 풍미했던 미국의 압도적인 소프트파워가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다.

반면, 오늘날 한국은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이고 군사력도 세계 5위권이다. 한국은 한국전쟁 당시의 세계 최빈국의 상황이 전혀 아니다.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K 문화'도 우리의 강화된 국력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한마디로, 한국은 이미 미국이 좌지우지할 그러한 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여전히 자아 존중감이 지나치게 낮다. 사실을 정확하게 말한다면, 중국이나 동남아에 대해서는 우월감이 지나칠 정도로 대단하지만, 유독 미국의 앞에만 서면 돌연 열등감으로 충만된다. 미국과의 가스라이팅을 극복하려면 무엇보다도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낮아진 미국에 대한 자아 존중감을 회복시켜야 한다. 이를 위하여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장점과 강점을 인식하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과 미국의 가스라이팅 관계가 강인하게 성립될 수 있는 것은 한국 내부에 온존하는 강력한 친미세력의 존재라는 사회적 조건이 더해진 결과다. 전에 내란수괴 윤석열은 12.3 계엄이 필요했다고 강변하면서 우리 사회에 간첩죄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실 우리 사회에 정말 간첩죄가 있어야 한다면 그것이 필요한 곳은 바로 미국과 관련된 간첩죄이지 않을까. 미국에 자발적으로 협조하는 간첩이 우리 사회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너무 많으며, 실제로 정보를 제공하고 자금을 받는 '공식 간첩'이 활동할 것으로 충분히 추론되며, 심지어 진보 진영에도 존재할 것이다. 특히 이 나라의 친미 세력은 제도권 보수언론을 그 진지, 본원(本源)으로 삼고 있다. 우리 사회에 정부든 민간단체든 미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비판적 태도가 나타나기만 하면 보수언론들은 그야말로 쌍심지를 켜고 맹비난에 나선다.

한국은 더 이상 미국의 '호구'일 수 없다

부당한 가스라이팅 관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기 주장을 강화하고, 상대의 부당한 요구는 마당히 거부해야 한다. 상대와 나의 생각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나도 상대의 생각을 부정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중국과 타이완의 양안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타이완을 돕는다고 한국도 함께 하기를 요구할 것이라고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면서 미군이 요구하는 것은 한국이 대북 방어에 더 큰 역할을 해주고 동맹 현대화에 유연성을 발휘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주한미군이 중국 견제라는 분명한 자기 목적을 가지고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중국을 적으로 삼을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중국과 경제 협력을 적극 도모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지금 미국은 중국 견제라는 자신들의 전략적 목표와 이익을 위해 주둔하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거꾸로 미국이 엄청난 기지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엊그제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 임무 변경을 지지하는 한국 정부의 '자발적' 정치 성명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까지 있었다. 곧 한미 정상회담도 개최된다. 트럼프의 탐욕은 도무지 끝이 없다. 부당한 요구는 당연히 거절되어야 한다. 한국은 더이상 미국의 '호구'일 수 없다.

▲ⓒPresident Donald speaks at an event to promote his proposal to improve Americans' access to their medical records in the East Room of the White House, Wednesday, July 30, 2025, in Washington. (AP Photo/Mark Schiefelb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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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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