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구가 기부한 수해지역 복구성금을 놓고 '현금깡' 의혹이 불거졌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성금으로 유용했다는 것이다.
20일 <프레시안>의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중구는 지난 7월 24일 수해 피해를 입은 경남 산청에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1094만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최진봉 중구청장이 사재에서 500만원을 출연하고 간부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했다는 것이 중구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보다 하루 앞선 지난달 23일 전국공무원노조 부산 중구지부 게시판에는 간부 공무원들의 기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활용한 '현금깡'이라는 주장이 잇따랐다. 소비쿠폰 금액을 현금으로 바꾼 뒤 기부토록 했다는 것이다. 한 게시글에는 "6급 이하는 노조가 무섭고 5급은 쉽냐"며 "엉터리 강제 기부 찬성한 5급, 4급이 더 밉다"는 내용이 적혔다.
부산 중구는 "처음에는 정책회의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며 노조 게시판에 제기된 주장을 인정했다. 최 구청장과 부구청장, 국장급 간부 등이 참석한 정책회의에서 한 참석자가 소비쿠폰 지급금액만큼의 기부를 제안했다는 것이지만 "소비쿠폰의 실제 취지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와 (구청장이) 알아서 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오해를 살 수 있어 참여와 금액 모두 자율에 맡겼다는 것이 이날 회의의 결론이었다.

그러나 <프레시안>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500만원을 기부한 최 구청장을 제외한 과장급 이상의 중구 공무원 33명 전원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금액과 동일한 18만원씩을 일괄 기부했다. 오해를 살 수 있어 참여와 금액 모두 자율에 맡겼다는 설명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일각에서는 공직 사회에서 자율적 참여가 가능하냐는 반문도 제기되고 있다.
중구청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이라는게 자율성이 잘 없는 편"이라며 "남들 하는대로 하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최 구청장이 일괄 참여를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이른바 '눈치보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종적으로 18만원이라는 금액이 됐지만 우연의 일치"라고 강조했다.
노조 측의 이야기는 달랐다. 중구 노조는 "회의 내용이 노조 게시판에 올라와 총무과장을 불러 절대 강제로 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금에 참여한 간부 중에도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은연 중에 강제성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또한 "국군 위문하면서 전 직원이 소액을 내는 건 있었지만 간부들만 낸 경우는 없었다. 코로나 때 재난지원금이 나왔지만 그때도 비슷한 사례는 없었다"며 "이번 모금이 이례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원들이 소비쿠폰을 거부한 사례와 연관짓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중구 측은 "산청군과 자매결연을 한지 1년차에 수해가 발생해 좀 더 신경을 쓴 것"이라며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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