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보 1호로, 12세기 북송시대 한림학사 장택단이 그린 풍속화 <청명상하도>라는 작품이 있다. 알고 나면 너무나 흔한 그림이다. 서울 중식당에 여기저기 걸려있고, 중국 베이징공항에 도착해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면 왼쪽 벽면에 커다랗게 걸린 채로 방문을 환영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어쩌면 중국의 상징 중 만리장성, 진시황릉의 병마용 다음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제대로 된 해설서가 없었다. 나로선 불만이었다. 왜 소개하지 않는 거지 분명히 좋은 책이 있을 텐데 늘 그러며 지나쳤다. 그러던 지난해 7월 <청명상하도>라는 제목을 단 책이 번역됐길래 참으로 반가웠다. 당장에 구입했다. 여러 권을 사서 나누기까지 했다. 워낙 꼼꼼히 읽고 감상해야만 하는 그림책이라서, 워낙 아깝고 고마운 책이라서, 천천히 읽다 보니 어느 순간 흐름을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책상에서 치워 본 적이 없다. 언젠가는 읽어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반드시 소개해야겠다는 다짐을 잊지 않고 있었다. 비로소 때가 됐다.
책 뒷표지의 소개를 인용한다. 작품은 "세로 24.8 센티미터, 가로 528.7 센티미터 크기로 비단 권축(두루마리) 형식이며 북송 왕조의 수도 변경(지금의 허난성 카이펑)을 배경으로 청명절을 지내는 도성 인파를 그린" 풍속화다. 작품은 송나라의 번영을 생생하게 표현했는데, 작품속에는 "사람 814명, 선박 28척, 동물 60마리, 건축물 30동, 우마차 20대, 가마 8대, 나무 170그루"가 그려져 있다.
우리가 단원 김홍도나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에 감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이 없던 시절 그 시절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복원할 수 있기 때문일게다.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그림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산하를 그린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만큼이나 풍속화를 사랑하고 아끼는 것 아닌가. 중국도 그러하리라. 그 시절의 생활사, 미시사, 풍속사, 경제사를 복원할 수 있는 이런 작품이 있다는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책은 저자가 구성한대로 그림을 따라가며 읽어가면 된다. 다만 서두르지 않기를 권한다. 한 줄 한 줄 한 면 한 면 화살표를 따라가며 꼼꼼하게 살피기를 권한다. 독해가 필요한, 성경이나 그리스로마신화를 그린 서양화의 해설서처럼 그렇게 읽고 이해하기를 권하고 싶다. 어느 순간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한 층 더 높아져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바라건대 책이 널리 알려져 저자와 눈 밝은 번역자, 그리고 출판사에게도 기쁨이 되기를.
늦게 소개해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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