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지자체들이 수억 원을 들여 만든 조형물과 관련해 특혜 의혹 등으로 해당 공무원들이 무더기 징계를 받은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울릉도에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조형물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울릉도 주민들이 보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철거를 막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25일 <프래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 저동항의 상징물로 자리 잡은 펭귄 구조물이 저동항 다기능항 공사로 인해 철거 위기에 놓이자 지역 주민들이 아쉬움을 토로하며 보존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존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펭귄 구조물은 울릉군수산업협동조합 소유물로 냉동공장에서 생산된 얼음을 어선에 공급하는 제빙시설 중 얼음을 공급하는 주탑으로 높이 약 9m 크기다. 저동항 냉동공장 앞에 2기가 설치돼 있고, 설치 시기는 1980년대 초로 알려져 있다.
설치할 당시에는 울릉도와 동떨어진 펭귄 모습에 주민들도 의아해했지만, 얼음이 많은 추운 지역에 사는 펭귄이 얼음을 공급하는 모습을 디자인했다고 알려지면서 울릉도 저동항의 상징물로 자리 잡았다. 당시로는 파격적인 디자인이었다.
이런 사실이 SNS와 인터넷상으로 알려지면서 설치 45년여 만인 최근 공중파까지 타며 전국에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저동항 다기능항 공사가 진행되면서 철거 위기에 놓이자 지역 주민들은 울릉도 오징어 전성기인 70~80년대의 저동항의 모습이 대부분 사라진 상황에서 펭귄 상이라도 보존 복원해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철거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울릉도 주민 김민정(48·여·울릉읍) 씨는 "외국인들이 관광오면 가장 신기하다고 지목한 곳이 펭귄 상인데 울릉도 오징어 역사가 그대로 남아있는 상징적인 구조물을 철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혈세를 들여 이상한 조형물을 새로 만들지 말고 있는 구조물을 새롭게 보강해서 스토리를 씌우면 울릉도 방문객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지호 저동발전협의회장은 "철거를 앞두고 있어 몇 년 동안 도색도 안 해 흉물스럽다. 깨끗이 도색하고 펭귄 상 두 곳 중앙부에 의자와 다른 조형물 등을 설치하면 지역 명물로 자리 잡을 것이다“라며 "설치 자금이 모자라면 주민들도 십시일반 모금해서 돕겠다"며 철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울릉군은 펭귄 구조물의 관리주체인 수협과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 주민 의견을 전달하며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울릉군 관계자는 "다기능항 사업이 진행되면서 차량 통행에 불편이 있어 철거 쪽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주민 입장을 정리해 포항지방해수청과 수협 등에 전달하고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남한권 울릉군수 역시 "주민들이 원한다면 관리주체인 수협과 논의해 관리전환을 받던지 울릉군이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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