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교장' 오경미 광주 두암중학교 교장이 36년 4개월간 정든 교정을 떠나는 정년퇴임식을 가졌다.
26일 열린 퇴임식에는 동료 교직원과 제자, 교육계 인사 등 100여명이 참석해 그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했다. 오 교장은 퇴임 후 차기 광주광역시교육감 선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을 분명히 했다.
이날 퇴임식은 사실상 출마선언의 장이 되어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두암중학교 365 커리어룸에서 열린 퇴임식은 학생 밴드의 힘찬 연주로 막을 올렸으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행사에는 장휘국 전 광주교육감, 박미경 광주비상행동 공동대표, 이재남 평동초 교장(전 시교육청 정책국장), 오아름 굿네이버스 호남권역본부장, 유태호 김대중재단 이사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석해 오 교장의 영예로운 퇴임을 축하했다. 특히 두암중학교 학생회장과 동료 교사가 전한 애정 어린 송별사는 참석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소프라노와 오보에 공연도 펼쳐졌고, 오 교장의 두암중학교에서의 2년, 퇴임 전 오 교장의 일주일 동안의 생활을 담은 영상도 상영됐다. 영상에는 축제 때 최신 K팝에 맞춰 춤을 추는 오 교장의 모습에 참가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웃음보가 터졌다.
오경미 교장은 36년간의 교직생활 동안 학생 중심의 교육철학을 실천해온 교육자로 평가받는다. 송정여상, 광주실업고 교사를 시작으로 대촌중 교장, 광주광역시교육청 장학사 등을 거쳐 개청 이래 첫 여성 교육국장을 역임하며 광주 교육 행정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그는 지난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5·18 민주광장으로 나가 시민들을 위해 붕어빵을 구웠던 교장 중 한 명으로, 행동하는 교육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오 교장은 이날 아들에게 정상적인 지도자,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주고 싶어 나서게 됐다고 회고했다.

오경미 교장은 퇴임사를 통해 36년 4개월의 교직생활을 "해냈다"는 긍지와 축복으로 회고했다. 그는 악성민원으로 팔이 돌아가지 않을 만큼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웃어도 하루, 울어도 하루인데 웃고 살아야 더 낫지 않겠냐"는 긍정의 힘으로 한계를 넘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교직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통한 소통 △소외된 학생들을 돕기 위한 '아름다운 동행' 사업 시작 △시민단체 활동 등을 꼽으며 늘 위기 학생과 청년들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아왔다고 밝혔다.
향후 행보에 대해 오 교장은 "전혀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 험한 길의 시작점에 서 있다"며 교육감 출마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못할 것도 없다'는 용기가 생겼다"면서 "저의 친화력과 강점을 모아 제2의 출발을 하려 한다. 여러분들이 손 내밀어 주신다면 광주교육을 꽃밭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미래 위험을 대비하는 보험처럼, 광주교육의 미래를 책임지는 '광주교육의 보험'이 되고 싶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축사에 나선 지인들은 오 교장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오 교장과 학창시절을 함께 보냈다는 박미경 광주비상행동 공동대표는 "제 친구 오경미는 늘 시선에 따뜻함이 있고 기준에 정의로움이 함께 있다"며 "광주시교육청 첫 여성 국장을 지내는 등 늘 유리천장을 깨는 도전을 해왔다. 오늘 이후의 삶도 그러한 발걸음일 것"이라며 깊은 신뢰를 보였다.
함께 붕어빵을 구웠던 이재남 평동초 교장은 "국민들이 광장에 나섰을 때 교육을 책임지는 교장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저희를 독려했던 분"이라며 "그때 교장선생님의 진정성과 교육자로서의 올곧은 양심과 저력을 보고 반했다"고 회고했다.
오 교장을 첫 여성 교육국장으로 임명했던 장휘국 전 광주교육감은 "언론, 의회, 시민단체 등과의 소통을 두루 잘 할 수 있는 분이 오경미 뿐이라고 생각했다"며 "얼마나 친화력이 좋은가. 교육청의 어려운 일들을 소통을 통해 잘 풀어냈고, 꾸중 할 일이 없었다"고 역량을 칭찬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