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전 세계 새우 양식 산업에 매년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주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15분 만에 현장에서 진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양성 기계로봇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새우 흰반점 바이러스(WSSV)를 빠르고 정확하게 감지하는 '분자각인 고분자(MIP)' 기반 전기화학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흰반점 바이러스는 새우 등 갑각류에 감염돼 '흰반점병'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병원체다. 치사율이 10일 내 100%에 달할 수 있지만 아직 상용화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감염 개체를 신속히 찾아내 격리하는 것만이 유일한대응책이다.
기존의 표준 검사법인 유전자 증폭(PCR) 방식은 정확도가 높지만, 고가의 장비와 전문 인력이 필요하고 분석에 수 시간이 걸려 양식 현장에서 즉각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분자만 정확하게 찾아내는 인공 고분자인 '분자각인 고분자(MIP)' 기술에 주목했다.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VP28)과 꼭 맞는 '인식 자리'를 가진 고분자를 전극 표면에 코팅해 바이러스를 정밀하게 검출하는 새로운 센서를 개발한 것이다.
성능 평가 결과 이 센서는 15분 안에 분석을 마쳤으며, 1밀리리터(㎖)당 7나노그램(ng)이라는 극소량의 바이러스까지 검출해내는 높은 민감도를 보였다. 이는 표준 검사인 PCR과 유사한 수준의 정확도다.
또한 노로바이러스 등 다른 바이러스와 비교했을 때 흰반점 바이러스에만 약 4.5배 이상 강하게 반응하는 높은 선택성을 보여 오진의 가능성을 크게 낮췄다. 한 번 사용한 전극을 세 번 이상 재사용해도 성능 저하가 거의 없어 경제성까지 확보했다.
실제 감염된 새우 조직과 고염도의 양식장 물 시료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해 현장 적용 가능성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저비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면서도 PCR의 정확도와 신속진단키트의 편리함을 모두 갖춘 차세대 진단 플랫폼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센서스 앤 액츄에이터스 리포트(Sensors and Actuators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됐다.
양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저비용 고효율 현장 진단 기술로 양식업 현장의 감염병을 조기에 예방할 길을 연 것"이라며 "향후 다양한 수산 바이러스는 물론, 식품 안전과 인체 감염병 진단 분야로 기술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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