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오후 전주 서신길공원에서 열린 ‘이심전심 소통의 날’.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던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전주을) 앞에 한 어르신이 다가와 휴대폰 화면을 내밀었다. 화면 속에는 붉은 도장이 찍힌 훈장증 사진이 보였고, 중앙에는 굵은 글씨로 ‘대통령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어르신은 “이건 제 딸이 받은 훈장이에요. 나라에서 준 영예라면 집 안 벽에 걸어둬야 할 텐데, 윤석열 이름이 적혀 있으니 도저히 마음이 불편합니다. 게다가 당시 국정을 책임졌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이름까지 함께 들어가 있어 더더욱 걸어둘 수가 없습니다. 바꿔줄 수 없는 거요?”라며 조심스레 물었다. 뜻밖의 문제 제기에 주민들이 휴대폰 화면을 함께 들여다보며 술렁였고, 행사장 분위기는 순간 긴장감에 휩싸였다.
이성윤 의원은 잠시 말을 멈춘 뒤 “법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또 행정적으로 어떤 절차가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현장을 지켜본 주민들 사이에서는 “훈장이 대통령 개인의 기념품이냐”는 불만과 “국가가 주는 상이라면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다시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공감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사실 윤석열 정부 시절에도 훈장을 거부한 사례는 적지 않았다. 지난해 인천대 김철홍 교수는 근정훈장을 받지 않겠다며 “정상적으로 나라를 대표할 자격이 없는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훈장은 받을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이 훈장 자네나 가지게!’라는 글까지 남겨 화제가 됐고, 온라인에서는 “훈장이 국민의 영예가 아닌 대통령의 흔적이 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후 일부 교원과 공무원들도 같은 이유로 수훈을 거부했다.
이 같은 논란은 최근 국무회의에서도 다시 불거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훈장을 거부했던 이들을 전수조사해 다시 수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행정안전부에 지시했다. 훈장은 특정 정치인의 흔적이 아니라 국가의 권위를 상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회의에서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에게 국민훈장을 새로 수여하는 안건도 의결됐다.
전주 주민들이 모인 이날 행사에서는 교통·주차 문제, 청년 일자리, 검찰개혁 등 다양한 민원이 오갔지만, 결국 현장의 공기를 뒤흔든 장면은 한 어르신이 “딸이 받은 윤석열 훈장” 사진을 내보이며 바꿔달라 호소한 순간이었다. 그 목소리는 단순한 민원이 아니라, 훈장이 누구의 것인지 그리고 그 권위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묻는 울림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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