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전주 송천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일부 중도매인들의 과도한 공간 점유로 논란이 일고있다.
특히, 주차장과 맞닿은 곳에 위치한 중도매인이 하역장 앞 통로를 사실상 '사유화'한 형국이다.
그들은 영업 부스처럼 자리를 점유해 각종 과일 상자와 팔레트를 쌓아두고 있었고, 차량 이동로와 보행 동선은 극도로 좁아져 있었다.
현장 사진에서도 공용공간이 영업 공간으로 변질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물류 이동 과정에서 충돌이나 낙하 사고 위험이 높아 보였고, 이용객들은 짐을 피해 불편하게 걸어야 했다.
반면 안쪽에 위치한 일부 점포는 소규모 영업만 하거나 빈 공간으로 남아 있어, 공간 배치의 불균형이 뚜렷했다.
문제는 이러한 점유가 단순한 불편을 넘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은 도매시장의 공공성과 질서를 핵심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농안법 제35조는 도매시장 개설자가 '도매시장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한 중도매인에 대해 영업정지·허가취소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명시한다.
농안법 제38조는 시장 내에서는 개설자가 정한 운영규칙과 질서를 준수해야 하며, 위반 시 행정조치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즉, 주차장·하역장·통로 등은 개설자가 설치·운영하는 '공용공간'이므로, 특정 중도매인이 이를 독점적으로 점유하면 질서 문란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전주시는 "시설투자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필요하다면 농안법에 따라 단속에 나설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든게 사실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슷한 문제는 이미 전국 최대 규모의 대전 노은도매시장에서 발생한 바 있다.
일부 중도매인들이 주차장과 하역장을 불법 점유하고 위법 행위를 반복하자, 개설자인 대전시는 수차례 경고와 계도를 거친 뒤 농안법 제35조·제38조를 근거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 결과 불법 점유가 크게 줄었고, 시장 질서가 회복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전주 송천동 도매시장 역시 노은시장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불법 점유가 고착화되면 △이용객 안전사고 △시장 질서 붕괴 △공정경쟁 저해 △행정 신뢰 추락 등 복합적 문제가 발생한다.
공영도매시장의 취지는 농산물의 공정 유통과 가격 안정에 있다.
일부 상인이 공용공간을 장악하면 시장 질서뿐 아니라 유통 구조 전체의 신뢰성이 무너질 수 있다.
2001년 개장된 대전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의 시설 현대화사업이 최근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 사업으로 최종 선정돼 국비 지원을 통한 본격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
반면 40년이 지난 전주송천동도매시장의 시설현대화사업은 요원하다.
이곳 역시 대전노은시장과 마찬가지로 시설 노후화, 복잡한 물류 동선, 안전관리 취약 등 구조적인 문제가 누적돼 왔다.
송천동 도매시장이 시설 현대화전까지 불법 점유가 관행처럼 굳어지느냐, 아니면 그 전에 공공성과 질서를 회복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대전 노은시장처럼 '경고→행정처분→질서 회복'의 선례가 존재하는 만큼, 전주시의 대응이 늦어질수록 시장은 더 깊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행정의 결단 없이는 불법은 곧 관행이 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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