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일대에서 운행하는 자율주행 버스 '빅 아이(BIG AI)'가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시민들을 태우고 시험 주행을 마쳤다. 9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운행을 시작하는 '빅 아이'를 <프레시안>이 한발 앞서 체험해 봤다.
지난달 28일 오후 2시. 부산 자율01번 버스가 동해선 오시리아역에서 출발하자 버스 내부 모니터에 '자율주행 ON'이 표시됐다. 카메라로 함께 비춰진 운전석에는 스스로 돌아가는 핸들의 모습이 보였다. 시범사업의 운영을 맡은 박현준 LG유플러스 CITS사업팀 책임은 "운행 초기에는 주차장을 벗어나기 위해 수동 운전이 필요했지만 운행 데이터가 축적되며 전 구간의 자율주행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버스에는 8개의 카메라와 6개의 라이다(LiDAR)가 탑재돼 전후좌우 360도의 FOV(Field of view)를 확보할 수 있다. 도로로 들어선 버스는 시속 30km 수준을 유지하며 신호와 주변 차량의 움직임에 맞춰 달렸다. 마치 사람이 운전하고 있는 듯 모든 움직임은 매끄럽게 진행됐다. 이를 위해 차내에는 온프레미스 방식의 서버 랙이 갖춰져 있어 센서를 통해 수집된 모든 정보가 차내에서 처리된다. 일반 시내버스 수준의 9m급 차체에 15명밖에 탈 수 없는 이유다.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의 분류상 빅 아이의 자율운행 수준은 '레벨 3'에 해당한다. 이는 특정 조건하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차량을 의미한다. 따라서 빅 아이에는 운전자도 함께 탑승한다. 평소에는 버스가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에 맞게 주행하지만 어린이보호구역 등에서는 무조건 수동으로 전환된다. 불법 주정차가 빈번해 중앙선을 침범할 필요가 있거나 도로공사 등 위험이 있는 경우에도 시스템이 운전자의 개입을 요청한다.
그러나 기자가 자율주행을 체험하는 15분 동안 운전자가 수동으로 개입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버스는 과학관으로 들어서기 전 차단기 앞에서 스스로 멈춰 섰다가 차단기를 지나 나타난 좁은 차로를 유턴해 빠져나갔다. 경로를 잘못 계산해 한 곳에 머무르거나 후진하는 등의 시행착오도 없었다. 동승한 관계자는 "주변 환경에 대한 머신러닝이 됐기 때문에 가능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빅 아이의 또 다른 특징은 교통시스템과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빅 아이는 CITS(지능형 교통체계)를 통해 운행 구간 곳곳에 설치된 교통정보수집장치와 통신한다. 장치에서 전송받은 데이터는 차내 모니터에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한 모습과 함께 신호 변경까지 남은 시간 등의 교통정보로 표시된다. 부산시에 따르면 이번 자율주행 버스 사업은 오시리아역 일대에 구축된 CITS와 함께 추진됐다. 시스템과의 유기적인 연계가 가능한 이유다.
짧은 시간 체험해본 부산 최초의 자율주행 버스는 '사람보다 낫다'는 평가가 아깝지 않았다. 특히 급정거나 코너링 때 흔들림 등 시내버스에서 흔히 느껴지는 불편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버스를 체험해본 시민들도 '주행 질감도 괜찮고 부드럽게 운전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운행을 마친 빅 아이는 9월부터 오시리아 관광단지 일원에서 본격적으로 운행에 들어간다. 연말까지 무료 운행을 마친 후 내년부터는 버스운행관리시스템에 등록돼 유료 운임을 받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운임은 일반 시내버스와 동일하게 책정될 예정이다. 부산시는 이번 시범운행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부산의 모든 BRT 구간에 자율주행 버스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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