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다리'라는 오명을 쓴 광주 남구 제석산 구름다리가 겹겹의 안전장치를 더한 채 한 달여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통행이 재개된 첫날인 1일 오후에 찾은 제석산 구름다리는 진출입로 난간 일부에 날카로운 철조망이 설치되는 등 이전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다리 아래 허공에 설치된 거대한 와이어 그물망이었다. 고소작업대가 설치된 크레인 트럭으로 인부들은 앙상한 와이어 위에 채 펴지지 않은 그물망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처럼 삼엄한 풍경은 이곳에서 반복됐던 비극의 무게를 실감케 했다. 2017년 이후 공식 집계로만 8명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현장에서 만난 업체 관계자 A씨는 "예상과 달리 지반이 암반이 아닌 흙으로 돼 있어 공법을 변경해야 했고 고압선과 교통량이 많은 도로 등 열악한 작업 환경으로 공사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크레인을 이용한 고공 작업이라 안전을 위해 날씨가 좋은 날 작업을 재개할 계획이며 앞으로 2~3일이면 공사를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물망의 사용연한은 5년 정도이며 그물망을 펼치고 와이어를 격자 모양으로 추가 설치하면 공사가 끝난다고 덧붙였다.
A씨의 말처럼 교통량이 많은 2차선 도로 중 1차선을 통제하고 신호수들이 차량을 끊임없이 안내하고 있었다.
올해 들어서만 3명이 추락해 숨진 비극의 현장인 제석산 구름다리를 건너는 주민들의 표정에는 안도감과 불안감이 교차했다.
이날 산책을 나온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매일같이 제석산을 찾는다는 주민 박모씨(65)는 "그물망을 치고 있으니 확실히 전보다 마음은 놓인다. 흉흉한 소문 때문에 한동안 이쪽으로 오기 꺼려졌는데, 이제는 좀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주월동에 거주하는 김모씨(48)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철조망도 출입구 일부에만 설치됐고 그물망 설치도 끝나지 않았는데 개방하는 것이 맞는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서둘러야 오명을 완전히 벗을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광주 남구는 통행 재개와 별도로 안전 시설을 계속 보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오는 9월 중으로 6대의 CCTV를 설치한다. 이밖에도 자살 예방 전화기를 설치하고 장기적으로는 다리 아래를 터널형 녹지공간으로 조성하는 생태축 복원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남구 관계자는 "주말 동안 제석산 구름다리의 이중 안전 그물망을 고정하는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비로 인해 부득이하게 중단됐다"면서 "현재 등산로는 개방된 상태다. CCTV 설치 등 추가 안전 시설도 절차에 따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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