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바이오센서 기술을 개발, 집에서 손가락 끝을 살짝 찔러 얻은 피 한방울로 병원에서 받는 것처럼 정밀한 혈액검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양성 기계로봇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미세유체 전기화학 임피던스 센서(MEIS)를 이용, 기존 대형 임상장비 수준의 정밀도로 혈액을 분석하는 기술을 구현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적혈구 수(RBC), 헤모글로빈 농도(Hb) 등 병원에서 사용하는 6가지 핵심 혈액지표를 분석한 결과, 실제 병원 임상장비의 측정값과 95% 이상 일치하는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혈액 검사는 빈혈·감염·심혈관질환 등을 조기에 발견하는 필수적인 절차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많은 양의 혈액을 채취해야 하고 고가의 장비와 숙련된 인력이 필요해 결과를 얻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세유체 기술과 전기화학적 분석법을 결합했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미세채널에 혈액을 흘려보내면서 여러 주파수의 전기신호를 쏴 혈액 성분들이 보이는 미세한 반응 차이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번 기술의 핵심은 혈액 속 수분 변화 즉 '삼투 조건'에 따라 적혈구가 부풀어 오르거나 쪼그라드는 형태 변화와 그에 따른 전기적 특성 변화까지 정밀하게 감지하고 분석 모델에 반영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레이저로 세포의 3차원 구조를 촬영하는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 등으로 적혈구의 실제 변화를 관찰하고 이를 전기신호 데이터와 결합해 혈장, 적혈구 세포막, 세포질의 전기적 특성을 각각 계산해냈다.
그 결과 기존 방식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혈장과 적혈구 내부의 점도까지 평가하는 데 성공해 환자의 건강 상태를 더욱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양성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혈액 속 수분 변화라는 변수까지 통제해 혈액학적 지표 분석의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실시간 혈액 검사는 물론, 가정이나 병상에서 즉시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차세대 현장 진단기기 개발로 이어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GIST 즈바노브 알렉산더 연구교수와 이예성 석박사통합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어낼리티컬 케미스트리' 최신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돼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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