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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이 온통 숯검정…목까지 칼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철거로 주민들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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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이 온통 숯검정…목까지 칼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철거로 주민들 '고통'

화재로 인한 철거과정에서 검은 분진 방출…전문가 "유해 성분 분석해야"

지난 5월 대형 화재가 발생했던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해체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온 검은 분진으로 인근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5일 찾은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거대한 포크레인 여러 대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공장 인근에는 '금호타이어는 가해자, 주민은 피해자', '금호타이어는 주민을 무시하지 말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들이 곳곳에 게시돼 있었다.

▲인근 아파트 11층과 7층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검댕 분진에 고통받고 있는 모습.2025.09.05ⓒ독자

인근 아파트 옥상에서 만난 엄인술씨(70)는 "시커먼 분진에, 소음에…말도 못한다"며 "광주시에서 준 소음 측정기로 측정하면 보통 70 크면 80㏈이 나왔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처음 화재 때는 큰 분진이 떨어졌지만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분진이 더 무섭다"며 "방을 닦아보면 아주 시커멓다"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 7층에 사는 70대 주민 A씨는 "깜빡 잊고 이틀간 창문을 열어두고 외출했다 돌아오니 집안을 걷는 발바닥에 숯검정이 가득 묻어 나왔다"며 "이제는 무섭기까지 하다"고 몸을 떨었다.

인근에서 3년째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B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B씨는 "공사가 멈추는 밤에만 겨우 창문을 연다"며 가게 앞 의자를 물티슈로 닦아 보였다. 닦아낸 자리에는 진한 검정이 그대로 묻어 나왔다. 그는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들이 기침을 하고 목이 칼칼하다며 마스크 없이는 숨쉬기도 힘들다고 한다"고 전했다.

▲4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공장 인근 아파트 벽면에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현수막을 게첩한 모습.2025.09.04ⓒ프레시안(김보현)

하지만 공식적인 대기질 측정 결과는 주민들의 체감과 거리가 멀다. 광주보건환경연구원이 공장에서 측정한 자료에 따르면 이산화황·일산화탄소·미세먼지 등 주요 대기오염 항목은 모두 기준치 이하로 나타나고 있다.

저감 조치에도 잡히지 않는 분진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지만 피해를 직접 입증하고 자료를 수집해야 하는 것은 결국 주민의 몫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현재의 측정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이 해체되고 있다.2025.09.05ⓒ프레시안(김보현)

전북녹색환경지원센터 임익현 교수(대기오염방지 분야)는 "주민들이 체감하는 '숯검정' 피해는 일반적인 미세먼지 측정 항목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면서 "화재와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검정에는 탄화수소류나 다이옥신처럼 유해한 성분이 섞여 있을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은 현재 측정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지금 필요한 건 먼지의 양이 아니라 먼지에 포함된 유해 성분을 분석하는 것"이라며 "기준치 이하라는 말만으로 안전을 단정할 수는 없으며 실제 영향을 파악하려면 분진 성분 검사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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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광주전남취재본부 김보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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