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 합작 기업 공장 건설 현장에 근무하는 인원들을 구금한 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의 수사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혀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부에서는 미국에 투자를 약속하면서도 비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윤석열 정부의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한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300여 명의 한국 국적자가 구금된 것이 특검의 수사 때문이라는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고 연관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미가 합동으로 운영 중인 오산 공군기지를 특검이 수사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시각이 있다는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의 질문에 조 장관은 "전혀 연관 없다. 여러 정황을 보면 미 당국에서 오래 전에 이미 계획했던 것이 드러났고 오산 (공군기지 수사)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번 정상회담 때 이해하겠다는 언급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은 "특검은 오산 공군기지 부대 안에 한국의 공군작전사령부 레이더를 보러 갔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항적을 조작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료 확보 차 간 것"이었다며 "그런데 그곳은 미군 당국의 승인 없이 들어가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미국의 국토안보부가 이번 사안을 단속 실적으로 평가한 데 대해 강력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장관은 "우리로서는 수위를 조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억류된 국민 300명의 조속한 구출이 더 큰 일이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미측에 항의성 발언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미국이 이번 단속을) 오래 전에 기획했다면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비자 문제를) 이야기 했어야 한다"라며 "조건부로 비자 안주면 투자 못한다고 해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거 많지 않나? 그러면 우리도 이 문제(비자) 풀지 않으면 향후 투자 어렵다고 해야 한다"라며 "우리나라에 관광비자로 들어와서 영어 가르치는 (미국)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나? 실태조사 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이 긴장한다. 영어 가르치고 관광하고 가는 건 불법 아닌가? 간이조사해도 2000명은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미국으로 출국해 행정 절차에 대한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조 장관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비롯해 미국 고위급 인사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10일 귀국하면서 구금된 한국 국적자들과 함께 들어오는 것이냐는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의 질문에 조 장관은 "그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도 귀국 일자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미국과 어떤 행정 절차를 협의할 계획이냐는 국민의힘 김건 의원의 질문에 "(구금된 한국인이) 언제 석방되어 전세 비행기를 어떻게 띄울 것인지, 석방 조건에 대해 각 개인에게 어떻게 불이익을 가지 않도록 할 것인지 등 지방 및 연방정부 차원에서 협의할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구금된 인원들이 '자진출국'(Voluntary Departure) 형태로 귀국한 이후에 향후 미국에 재입국이 금지되는 식의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의 질문에 조 장관은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미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윤석열 정부 때 비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김준형 의원은 "바이든 정부 때 조지아 두 번, 세 번 이야기한 사람 누군가? 바이든 정부 4년 동안 미국이 투자 받은 것이 200조인데 그 중 한국이 133조 원 이다.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뭐하나 받아내지 못하고 전기차에 보조금 나오는 것도 못 받고, 아메리칸 파이만 열창했다. 그 결과가 이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는데도 이번과 같은 비자 문제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는 지적인데, 실제 이번 단속 대상이 됐던 공장은 바이든 정부 시절에 건설하기로 약속한 곳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역시 "최근 3년 간 ESTA(전자여행허가) 발급 후 미국 입국 거부된 사례가 올해 상반기만 106건이다. 2023년은 119건, 2024년은 129건으로 집계됐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경제안보이슈에 대응하고자 만든 외교부 내 경제안보센터 있는데, 대미 투자 늘어난 시점에 미국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외교부가 무엇을 했는지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