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국인 구금 사태, 미국에 이민 단속과 외국 투자 중 '뭣이 더 중한'지 묻고 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국인 구금 사태, 미국에 이민 단속과 외국 투자 중 '뭣이 더 중한'지 묻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무차별적 이민 단속에 계속되는 문제제기…조현-루비오 만남은 10일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을 비롯한 정부 기관들이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을 급습해 300여 명의 한국인을 구금한 가운데, 조현 외교부 장관은 미국 현지에서 미 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이들의 귀국을 위한 막판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9일(이하 현지시간) 조 장관이 이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만나 사태 해결을 위한 마지막 조율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주미 한국대사관은 양 장관이 10일 오전 9시 30분에 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당초 10일 한국 국적자들이 애틀랜타에서 출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양 장관의 만남이 9일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지만 이보다 하루 미뤄진 셈이다. 이를 두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인 루비오 장관이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 문제를 다뤄야 하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는 조 장관이 이날 미국 워싱턴 D.C 현지에 있는 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애로사항 및 건의사항을 청취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LG, 현대자동차, 포스코, 삼성전자, 한화큐셀, 한화디펜스, SK, 대한항공 등 기업들과 한국무역협회(KIT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 경제단체가 참석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기업 대표들은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별도 비자(E-4비자) 쿼터 신설, 대미 투자 기업 고용인 비자(E-2 비자) 승인율 제고 등을 위해 정부가 노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기업 직원들이 미국 출장 시 주로 발급받는 단기 상용 비자인 'B-1' 비자에 대한 미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재확인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조 장관은 그간 정부가 E-4 비자 신설을 위한 '한국동반자법'(Partner with Korea Act) 입법을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인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미측에 이미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기업인들 간담회에 이어 조 장관은 주애틀랜타총영사관 및 조지아주 폭스턴(Folkston) 구금센터 인근에 설치된 현지의 외교부 현장대책반과 화상회의를 갖고, 구금된 한국 국적자의 신속한 귀국 준비 현황을 점검했다. 한국시간으로 10일 오전 10시 20분 이들을 태울 대한항공 KE2901편 전세기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하기도 했다.

▲ 9일현지시간) 조현 외교부 장관이 워싱턴 D.C 현지에 있는 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애로사항 및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외교부 제공

한국 국적자 모두가 이번 전세기에 탑승해 귀국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구금된 인원의 일부를 법률 대리하고 있는 애틀랜타의 찰스 쿡 변호사는 지난 8일 미국 방송 NBC와 인터뷰에서 2명이 전세기를 타고 귀국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본인이 대리하는 두 명이 한국 국적자 모두 최대 90일까지 관광 또는 사업 목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비자면제프로그램'(VWP)에 따라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 중이라면서, '자진출국'(Voluntary Departure)에 동의하는 것은 곧 이들이 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쿡 변호사는 "두 사람은 석방되는 즉시 출국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비자면제프로그램을 계속 이용하거나 향후 비자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ICE가 그들을 기소 없이 석방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에 B-1 비자로 체류 중인 3명의 구금된 인원들도 대리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해 "그들은 B-1에서 허가받은 대로 일하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이었다"라고 말했다. 쿡 변호사는 "미국인이 올림픽 취재를 위해 해외로 나가거나, 독일에 있는 공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것과 똑같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3명은 한국 국적자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쿡 변호사는 이들이 구금된 것은 곧 국토안보수사국(HSI)이 "사전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이들이 섣불리 움직이고 일단 모두 체포한 뒤 나중에 정리하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구금 인원 중 한국 국적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직원 47명 및 협력사 직원 250명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내에서 이번 조치에 대한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방송은 "이번 사건은 관세 협상의 일환으로 수천 억 달러의 미국 투자를 약속한 아시아의 주요 동맹국인 미국과 한국 간의 관계를 악화시켰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제조 확대 및 기술 이전을 압박하는 상황에서도 외국 기업들이 직원들의 미국 비자 발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한미연합회 사라 박 회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현대-LG (합작) 공장은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고도로 전문화된 하청업체와 기술 인력이 필요했다"며 "비자가 필요했지만, 필요한 규모만큼 발급되지 않았다. 기업부터 정부 관계자까지 모두가 이러한 현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술자들이 긴급한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단기 방문 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것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이민 정책과 경제적 약속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 시스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태미 오버비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9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이번 사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서로 상충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며,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에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민 단속인가, 아니면 양질의 외국인 투자 유치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백 명의 한국인 노동자들이 범죄자 취급을 받는 모습이 아시아 전역에 퍼져 있으며, 이는 고품질의 첨단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컨설팅 회사인 '파크스트레티지'에서 동아시아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션킹 수석부사장은 9일 <뉴스위크>에 "미국의 법률은 반드시 준수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조지아 사건은 외국 기업들에 큰 부담을 주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미 해외 투자 요구를 충족시키려는 외국 정부에 실질적인 우려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체는 "ICE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시작된 광범위한 단속으로 미국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인종에 대한 표적 수사, 과도한 무력 사용, 미국 시민권자와 합법적 거주자에 대한 구금 사례"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 4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 산하의 주류·담배·화기·폭발물 단속국(ATF) 애틀랜타 사무소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 계정에 게재한 단속 모습. ⓒATF 애틀랜타 사무소 X 갈무리.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