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상하수도본부가 제주시 도두하수처리장 수질 관리용역사의 직원을 일반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해 이해 충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해당 직원은 상하수도본부 소속으로 채용된 뒤 수질 관리용역사 선정을 위한 발주 업무를 하고 있어 공정 경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시 도두하수처리장은 지난 2015년 6월 19일부터 같은 해 12월 31일까지 총 125일간 총질소(T-N) 기준치(20mg/L)의 5배를 초과한 하수를 도두 앞바다에 무단 방류해 비판을 받았다. 이듬해인 2016년 1월부터 7월까지는 202일 가운데 141일 동안 부유물질(SS) 기준치를 초과해 방류하는가 하면, 법정 기준에 맞춰 하수를 방류한 날은 단 5일에 불과해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결국 제주시민단체는 당시 원희룡 도지사를 하수처리장 오수 무단 방류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른다.
이후 제주도는 체계적 하수 관리를 위해 2016년 ‘제주·서부·동부하수처리장 수질관리 및 수처리공정 컨설팅 용역’을 공고하고, 전문 하수 관리업체 찾기에 나선다.
선정 방식은 단순히 가격만으로 낙찰자를 정하는 ‘일반 입찰 방식’이 아닌 ▷기술 능력 ▷사업 수행 능력 ▷입찰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가장 유리하다고 인정되는 업체와 계약하는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을 선택했다. 이 방식은 가격 비중 20%, 기술력 평가 80% 구조로 평가되며, 기술력 평가는 정량평가 20%, 정성평가 60%로 세분화된다. 제안서 평가위원회가 신청자가 제출한 제안서를 검토해 업체를 선정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업체 선정 과정에서 평가위원의 주관이나 특정 업체에 대한 선호, 전문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질되면서 밀실, 야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상하수도본부는 공고일 기준 최근 5년 이내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또는 특수목적법인(SPC)에서 발주한 일일 처리용량 13만㎥ 이상의 공공 하수처리시설 관리대행 용역이나 종합시운전, 수질관리 및 수처리공정 컨설팅 용역 실적이 있는 업체만 참여 기회를 제공해 경쟁 구도를 지나치게 제한했다는 지적도 있다.
도두하수처리장의 일일 처리용량은 13만여 톤이며, 올해 용역비는 약 8억 5천만 원이다.
A사가 도두하수처리장 수질 관리용역을 맡은 건 용역이 처음 도입된 2017년부터다. A사가 경쟁 입찰을 통해 용역 대행사로 선정된 건 2017년과 2018년, 2022년 등 3회 뿐이다. 나머지 6회는 모두 단독 입찰해 용역 대행사로 선정돼 지난 9년간 도두하수처리장 수질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는 현재 A사에서 파견한 직원 8명과 제주도 소속 공무원 10명 등 총 18명이 근무 중이다.
B씨는 10여년 이상 근무하던 A사를 2020년 12월 말 퇴사한 뒤 2022년 1월 제주상하수도본부 소속 공무원에 채용됐다. 이후 B씨는 현재 도두하수처리장 수질 관리 업무와 ‘제주(도두) 수질관리 및 수처리공정 컨설팅 용역’ 대행사 발주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예전에 자신이 다니던 회사 직원들과 함께 현장 근무를 하면서, 매년 실시되는 용역 대행사 발주 업무도 진행하는 것이다. 실제로 A사는 B씨가 상하수본부에 채용된 2022년 이후에도 B씨가 낸 용역 발주에 따라 현재까지 용역 대행사로 선정돼 관리 용역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B씨는 <프레시안>과 면담에서 채용 직후 업무상 이해 충돌이 발생해 ‘업무 기피 신청’을 했으며, 상하수도본부에서 관련 조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상하수도본부가 A사에서 근무한 전력을 알면서도 굳이 B씨를 일반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했다는 점이다. 이에 더해 매년 실시되는 용역 발주 업무까지 맡기면서 심각한 이해 충돌 문제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주도 소통청렴관실은 이번 사안이 업무상 이해 충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해 충돌 해소를 위한 공동 업무 수행자 지정이 제대로 이행됐는지는 불분명하다며 현재 제주도청 감찰단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14조는 공직자가 직무 관련자와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직무 회피를 신청하거나, 소속 기관장이 공동 업무 수행자를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상 견책, 감봉, 정직, 파면 등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