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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생자치언론이 지면을 '검은 화면'으로 채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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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생자치언론이 지면을 '검은 화면'으로 채운 이유

[대학알리] 서울대저널, 국내 대학언론 최초 '블랙아웃' 공동행동 참여

지난 1일, 전 세계 주요 신문과 뉴스는 '검은 화면'으로 채워졌다. 인쇄·송출 오류가 아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언론인 표적 살해를 중단하라는 의미를 담은 공동행동이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군이 계속 기자를 살해한다면, 머지않아 당신에게 뉴스를 전할 이가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이번 검은 화면 송출은 글로벌 행동 커뮤니티 Avaaz와 국경없는기자회(RSF)가 기획한 '블랙아웃' 공동행동의 일환이다.

국경없는기자회와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이번 공동행동을 통해 △팔레스타인 언론인 보호 및 이스라엘 군대의 범죄 처벌 면제의 종식 △외신의 가자지구 독립적 접근 요구 △전 세계 정부의 가자지구 대피 요청 팔레스타인 언론인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UN에 따르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사망한 언론인은 지난달 기준 최소 242명에 달한다.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은 수치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최소 수백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카타르의 국제 보도전문채널 <알지자라>는 이미 2023년 7월 사망 언론인이 250명을 넘어섰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 남북전쟁, 제1·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유고슬라비아 전쟁,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사망한 언론인 수의 총합보다 많은 수치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이번 공동행동에 전 세계 70여개국, 250여개의 언론사가 동참했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30초간 검은 화면을 띄우거나, 검은색 바탕의 지면을 발행하거나, 검은색 배너를 홈페이지 및 소셜 미디어에 게시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경향신문>, <시사IN>, <프레시안>, <단비뉴스> 등이 동참했다.

서울대학교 유일 시사종합지이자 학생자치언론인 <서울대저널>은 국내 대학언론 중 처음으로 '블랙아웃' 공동행동에 참여했다. 다음은 천세민 서울대저널 편집장과의 일문일답.

서울대저널의 블랙 아웃 공동행동 동참 성명(사진=서울대저널 인스타그램)

대학알리 : 서울대저널이 '블랙아웃' 공동행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천세민 : 관심을 가지고 가자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학살은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날마다 수많은 가자지구 사람들이 폭격과 굶주림으로 죽어가는데도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자지구 언론인 표적 살해는 큰 문제다. 국제언론의 출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자의 상황을 알 방법은 현지 보도밖에 없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언론인을 죽이는 건, 가자의 실상을 알 방법을 완전히 없애는 행위다. 학생자치언론인 <서울대저널>이 어떤 방식으로 연대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찰나 <시사IN>, <뉴스타파> 등 기성 언론이 공동행동에 참여하는 걸 봤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무엇이든 하자고 생각해서 동참하게 됐다.

대학알리 : 서울대저널은 어떤 형태로 공동행동에 참여하는지.

천세민 : <서울대저널> 192호 앞 2쪽에 검은색 배경과 성명을 실었다. 다만 이번 공동행동의 목적은 지난 9일 UN 총회에 앞서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하기 위함으로 알고 있다. 192호의 발행은 총회 이후이기에, SNS에는 성명이 완성된 8일에 즉시 업로드했다.

대학알리 : 대학언론의 참여는 비교적 저조한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천세민 : '대학언론인 우리가 참여해도 될까'라는 의구심이 있을 것 같다. 세계 각지 언론이 나서고, 한국에서도 내로라하는 기성 언론이 참여 의사를 밝힌 만큼 참여 자체에 대한 부담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분명 언론이지만, 언론인들이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낼 때 '우리'의 말을 얹어도 될지 고민이 있을 것이다.

국제 이슈인 만큼 완전히 '우리'와 연결된 문제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팔레스타인 이야기를 꺼내면 "국내에 중요한 사건이 훨씬 많지 않느냐"는 반응이 부지기수다. 팔레스타인과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왜 우리가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가자지구에 연대의 뜻을 밝힌다면 어떤 방식이 가능할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알리 : 기성언론에 비해 대학언론의 참여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천세민 : 대학생이자 청년인 우리 역시 가자지구 집단 학살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국제 이슈인 만큼 현장에 가기도 어렵고, 현지 상황을 알 방법도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연결보다는 단절에서 오는 좌절감이 더 큰 요즘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고, 당장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보니 기사 주제 선정에서 늘 뒷전으로 밀렸다.

그러나 이제는 시간이 없다. 모른 척할 수 없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고 있다. 이제는 정말 변해야 한다. 대학언론이 공동행동에 나선다면 대학생과 청년 역시 이 학살의 목격자로 여기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학알리 : 대학언론 최초 참여 매체로서 타 대학언론의 참여를 독려하자면.

천세민 : 학살은 현재 진행 중이고, 갈수록 규모가 확장되고 있기에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이다. 그렇지만 상황이 시급하다. 멈출 수 없는 학살이 아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대학언론 역시 가자지구 집단 학살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전쟁 범죄를 우리 모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꼭 공동행동 참여가 아니더라도, 가자에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든 함께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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