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마다 아이들의 콧물이 멈추지 않는다. 낮에는 훌쩍이고 밤에는 코를 막고 잔다. 단순한 불편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반복되는 비염은 성장에 영향을 준다. 비염은 비강 점막이 붓고 공기 흐름이 막히는 상태다. 콧물, 코막힘, 재채기가 주요 증상이다. 급성 비염은 감기처럼 일시적이지만, 증상이 반복되거나 알레르기가 동반되면 만성 비염이 된다. 성장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바로 이 만성 비염이다.
비염이 성장을 방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면이다. 성장호르몬은 밤에 깊이 잠든 상태에서 분비된다. 특히 잠든 직후 두 시간 동안 전체 분비량의 3분의 2가 나온다. 그러나 코가 막힌 아이는 깊은 잠에 들기 어렵다. 자꾸 뒤척이고, 코를 골며, 때로는 무호흡을 겪는다. 결국 성장호르몬 분비가 줄어든다.
수면 장애는 얼굴 발달에도 영향을 준다. 입으로 숨 쉬는 습관은 아데노이드형 얼굴을 만든다. 아래턱 발달이 더디고 치아가 돌출되며, 코는 길고 좁아진다. 얼굴 골격의 변형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치명적이다.
비염은 식사에도 불편을 준다. 냄새를 잘 맡지 못하면 음식의 맛을 느끼기 어렵다. 콧물 때문에 밥을 먹는 것도 번거로워 식사량이 줄어든다. 영양이 부족해지면 성장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연구에서도 비염이 있는 아이들은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키 성장의 백분위 수가 낮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된다. 알레르기 비염이나 편도·아데노이드 비대가 저신장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결과도 있다. 소아 비염은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비염은 정서에도 영향을 준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해 피곤하니 짜증이 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수업 시간에 꾸벅거리거나 과제에 몰입하지 못한다. 또래보다 키가 작고 얼굴형이 변하면 자신감도 낮아진다. 그러나 증상이 호전되면 표정이 밝아지고 활력이 되살아난다. 학습 태도 역시 달라진다. 단순한 코 질환이 아니라 아이의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치료는 증상 완화에만 머물러서는 부족하다. 비점막이 건조하고 기능이 떨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의 체질과 면역 상태를 함께 살펴 근본 회복을 도와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체질에 맞춘 한약으로 면역을 조절하고 점막을 회복시킨다. 한약으로 예민해진 알레르기 반응을 줄일 수 있다. 침과 약침은 코 주변 혈류를 개선해 염증을 줄인다. 추나치료는 잘못된 호흡으로 틀어진 척추 정렬을 맞추며, 얼굴과 두개골의 긴장을 완화해 호흡을 편하게 한다. 생활 관리와 습관 교정까지 함께 이루어진다. 단순히 코를 뚫는 것이 아니라 성장기 건강을 전반적으로 살피는 접근이다.
아이들은 잘 먹고 잘 자야 잘 큰다. 그러나 비염은 먹는 것과 자는 것을 동시에 방해한다. 이는 곧 성장 둔화를 의미한다. 환절기마다 반복되는 아이의 콧물과 코막힘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성장은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과정이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이어지는 골든 타임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 시기 숙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영양 섭취가 줄면 성장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성장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키는 물론이고 골격의 균형, 학습 습관, 정서 발달에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아이의 비염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는 증상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성장기라는 제한된 시간을 고려해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아이의 미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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