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이 북핵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22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2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이같이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음달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인 가운데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이 나오면서 북미 간 깜짝 정상 회동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고조할 것으로 풀이되는 발언이다.
김 위원장은 다만 '비핵화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하게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핵을 포기시키고 무장해제시킨 다음 미국이 무슨 일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세상이 이미 잘 알고 있다"며 "우리는 절대로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제재 풀기에 집착하여 적수국들과 그 무엇을 맞바꾸는 것과 같은 협상 따위는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김 위원장은 강조했다. 최근 북한이 여러 경로로 북핵 비핵화 시도를 포기하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보이는 맥락과 궤를 같이 하는 발언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을 위시한 서방 패권 세력이 아직도 핵을 보유하고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전략적 패배를 안기고 이길 수 있다는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제재나 힘의 시위로써 우리를 압박하고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북핵을 거론하며 "우리의 전쟁 억제력은 지금 행사되고 있으며 나는 이 억제력의 제1사명이 상실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거듭 말했다. 또 "만일 상실될 때에는 억제력의 제2의 사명이 가동되게 된다"고도 언급했다.
이어 "억제력의 제2의 사명이 가동되면 한국과 주변지역 그의 동맹국들의 군사조직 및 하부구조는 삽시에 붕괴될 것이며 이는 곧 괴멸을 의미한다. 나는 이런 위험한 사태발전을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고 위협했다.
핵무기의 '전쟁 억제력'을 '제1사명'으로 거론한 데 이어, 이 부분을 잃는다면 핵무기를 직접 사용하는 '제2사명'을 실시하겠다는 협박이다.
관련해 김 위원장은 한국을 언급하며 한국과는 어떤 협상도 없을 것이라는 입장도 되풀이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정치, 국방을 외세에 맡긴 나라와 통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가 미국화된 반신불수의 기형체, 식민지 속국이며 철저히 이질화된 타국"이라며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어느 하나가 없어지지 않으면 안 될 통일을 우리가 왜 하겠느냐"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북핵 중단-북핵 축소-비핵화'의 3단계 비핵화론을 두고는 "우리의 무장해제를 꿈꾸던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옮겨 베껴온 복사판"이라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명백히 우리와 한국이 국경을 사이에 둔 이질적이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임을 국법으로 고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북한이 별개의 나라임을 재차 강조한 발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관련 헌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으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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