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년의 역사를 품은 서귀포관광극장 건물이 기습 철거되면서 오순문 서귀포시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서귀포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관광극장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결과, 이 건물은 최하위 등급인 E등급 판정을 받았다. 2022년도 정밀안전진단 자료와 비교하면 결함 발생 면적은 약 2.7배 증가했다.
서귀포시는 이 진단 결과를 근거로 철거를 결정하고, 이달 20일부터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굴삭기를 동원한 철거 작업으로 인해 야외무대의 정면과 우측 벽면이 허물어진 상태다
1963년 서귀읍 최초의 영화관으로 개관한 서귀포관광극장은 60여 년간 시민들의 삶과 문화를 함께해 온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다. 이곳은 2010년대 이후 '지붕 없는 공연장'으로 활용되며 단순히 영화를 상영했던 공간을 넘어, 서귀포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다. 이중섭거리에 활력을 불어넣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올레 재단은 22일, 이사회 명의의 성명을 내고 서귀포 관광극장의 기습적인 철거에 우려와 아쉬움을 표했다
제주올레 재단은 "지난 20일 이중섭거리 끝자락에 위치한 서귀포관광극장의 외벽을 기습적으로 철거하기 시작했다"며 "사전에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진행된 이번 행정은 서귀포시민들의 추억과 역사, 그리고 공동체의 정체성을 무참히 허물어뜨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귀포시는 최근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내세워 철거를 결정하고, 주말을 틈타 기습적으로 철거를 진행했다"면서 "이는 서귀포시가 스스로 '문화도시'를 표방하면서도 문화유산의 가치를 경시하는 모순적인 행태이며, 또한 2022년 매입 당시 제주도의회가 제시했던 '역사성과 장소성 보존 방안' 마련이라는 조건을 저버린 행위이다"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즉각 철거를 중단하고, 남은 외벽과 돌무더기 현장을 보존하라"며 "시민, 건축계, 문화예술계와 함께 복원 및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서귀포관광극장 건물 철거 소식에 문화계와 시민사회의 반발이 커지자 철거 작업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한 제주지역 인사는 "우수 건축 자산을 군사 훈련처럼 휴일에 기습적으로 파괴한 서귀포시장에 대해 사표를 받아야 한다"며 오영훈 도지사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사유 재산이었던 관광극장은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지난 2022년 7월 열린 임시회에서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을 심의하면서 재활용 방안이 검토됐다. 제주 이중섭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이 크게 늘면서 기존 건물을 헐어 신축 확장하는 사업에 관광극장 매입이 포함돼 새로운 활용 방안이 모색됐다.
도의회는 당시 "신축 미술관 부지로 활용하되 서귀포 첫 현대적 극장이라는 역사성과 장소성을 보전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부대 의견을 달아 문화적 가치를 인정했다.
이 곳에서는 제주도와 서귀포시의 주관으로 2022년 10월 작가의 산책길 정기 공연을 운영하며 문화 보존 사업이 진행됐다. 이와 더불어 이중섭 거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 행사들의 거점 역할을 하며, 축제와 연계된 공연이 열리기도 했다.
올해 서귀포 원도심 문화 페스티벌 기간 동안에는 청소년 동아리 공연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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