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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사기극" 음모론 쏟아낸 트럼프 연설 '팩트체크' 해보니…맞는 말이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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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사기극" 음모론 쏟아낸 트럼프 연설 '팩트체크' 해보니…맞는 말이 별로 없었다

거짓말 늘어놓은 트럼프 유엔총회 연설…CNN "수많은 허위 주장으로 얼룩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에 위치한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을 가졌다. 그는 이 연설에서 기후변화는 허구이며 본인이 세계 7곳의 분쟁을 해결했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에 대해 "세계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방송 CNN은 유엔 기후변화 패널이 발표한 <기후 변화 2023 종합보고서>에서 "주로 온실가스 배출을 통한 인간 활동이 지구 온난화를 명백히 초래했으며,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지구 표면 온도는 1850년에서 1900년 사이보다 1.1°C 상승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은 풍력 발전소에 들어가는 터빈 제조 1위 국가인데도 실제 풍력 발전소는 거의 없다면서 "발전기를 파는 것만 좋아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오히려 그 반대"라며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풍력 발전소와 풍력 발전 용량이 많으며, 앞으로 더 많은 풍력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독일에 위치한 비영리 단체인 세계풍력에너지협회(WWEA)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풍력 발전 용량 120만 메가와트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56만 메가와트를 생산하고 있다고 추산됐다. 또 캘리포니아 소재 비영리 단체인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1만 7000개 풍력 발전소 중 약 3분의 1인 5400개를 운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파리 기후 협정을 이미 탈퇴했지만, 협정에 계속 가입돼 있었다면 미국이 1조 달러 정도를 지불했어야 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CNN은 "미국이 1조 달러 가까운 금액을 지출하거나 약속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당시 국제 기후 자금으로 연간 114억 달러를 지불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의회는 그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생 에너지원이 현대 사회의 기반 시설을 감당할 만큼 강력하지 않다고 평가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미국 방송 ABC는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전력 생산량 증가분의 80%는 재생 에너지원과 원자력 발전에서 발생하여 전 세계 총 전력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게 되었다"며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미국 전력 생산량의 16%를 차지하며 석탄 발전량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재생 에너지가 비싸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서도 방송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현재 신규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의 90% 이상이 화석 연료 대체 에너지원보다 저렴하다. 2024년 태양광 발전은 가장 저렴한 화석 연료 대안 발전보다 평균 41% 저렴했고, 육상 풍력 발전은 53% 저렴했다"고 전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 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나는 수천 명이 목숨을 잃은 일곱 번의 전쟁을 끝냈다. 캄보디아와 태국, 코소보와 세르비아, 콩고와 르완다, 파키스탄과 인도, 이스라엘과 이란,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라며 본인이 유엔을 대신해 이러한 일을 했고, 유엔이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CNN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이집트와 에티오피아는 실제로 전쟁 중이 아니었다. 나일강 지류에 건설될 에티오피아의 주요 댐 프로젝트를 둘러싼 오랜 분쟁이 있었지만, 이는 전쟁이 아니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그 분쟁을 끝낼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세르비아와 코소보 간의 새로운 전쟁 발발을 막았다고 주장했지만 두 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인 2020년 당시 트럼프 정부가 중재한 경제 정상화 협정에 서명했을 때 전쟁을 치르고 있지 않았다"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콩고민주공화국과 르완다 간의 분쟁을 실제로 종식시키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재하고 6월 콩고민주공화국과 르완다가 체결한 평화 협정에는 르완다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반군 연합이 동부 콩고민주공화국 영토를 점령한 부분은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여전히 이들 간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 문제와 관련해 "불과 1년 전만 해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무능한 바이든 행정부 4년 동안 2500만 명이나 유입됐다"라고 말했는데 이 역시 과장된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은 "바이든 행정부의 마지막 임기인 지난해 12월까지 연방 정부는 전국적으로 1100만 건 미만의 이민자들과 '접촉'했으며, 그중 수백만 명은 긴급 추방됐다"며 "공화당 소속 하원 의원들이 약 220만 명으로 추산되는 이민자들이 도주했다고 주장하는 점을 여기에 포함시키더라도, 그 숫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보호자가 없는 이주 아동 30만 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토안보부 감찰관실의 2024년 보고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민세관단속국(ICE)은 2019~2023 회계연도 사이에 석방되거나 구금에서 벗어난 이후 3만 2000명 이상의 보호자 미동반 이주 아동이 이민 법원 심리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또 이 기간 동안 29만 1000명의 보호자 미동반 이주 아동이 법원 출두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런데 방송은 이 보고서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의 2년 4개월 동안을 포함한 수치라면서 바이든 정부 때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보호자가 없는 이주 아동들이 안전한 상태에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모두 노동 착취를 당하거나 살해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 출두 통지를 받지 못한 아동을 모두 실종으로 볼 수도 없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극복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방송은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측정한 인플레이션은 올해 4월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5월 이후 악화되고 있다"며 "8월은 약 2.9%로, 7월의 약 2.7%에서 상승했다"고 전했다.

식료품 가격이 하락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 역시 거짓에 가까웠다. 방송은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8월의 평균 식료품 가격은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한 1월보다 약 1% 상승했다. 7월에서 8월까지 식료품 가격 상승률은 약 0.6%로, 2022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전월 대비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8개월 만에 17조 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과 이미 지불된 자금을 확보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방송은 "22일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9조 달러의 투자를 확보했으며 곧 15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며 트럼프 정부에서 서로 다른 수치를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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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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