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 논의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뉴욕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대통령은 베선트 장관에게 한미 관계에서 안보 측면 협력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통상 분야에서도 좋은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과 베센트 장관은 미국 뉴욕 유엔대표부에서 약 30분 동안 면담을 가졌다. 당초 베선트 장관은 이튿날 이 대통령이 진행할 예정인 '한국경제설명회(IR) 투자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상 불참하게 됐고, 베선트 장관은 대신 이 대통령과의 만남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접견이 성사됐다.
이 대통령은 "투자 패키지는 상업적 합리성을 기초로 양국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논의의 진전을 기대한다"며, 특히 "한국은 경제 규모와 외환 시장, 인프라 측면에서 일본과 크게 다르다. 이런 측면을 고려해 협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고 김 실장은 전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에 대해 "이 대통령님의 말씀을 충분히 경청했고 내부적으로도 충분히 논의하겠다"며 "양국 통상협상과 관련 무역 분야에 있어서도 많은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베센트 장관은 이어 "한미 동맹은 굳건하며 일시적 또는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충분히 잘 극복할 수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이 미국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특히 조선 분야 등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접견에 대해 "중대 분수령"이라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이번 접견이 관세 협상에 미칠 영향에 대해 "문제로 제기된 외환시장에 관한 주무 장관이 베선트 장관이고, 이 대통령께서 직접 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기 때문에 이후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의 협상 과정에서 중대 분수령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최근 한미 관세 협상의 상황에 대해 "7월에 합의할 때는 3500억 달러 투자 펀드의 대부분은 대출이나 보증이고, 일부는 투자로 예상했고 그런 내용을 우리 비망록에 적어놨다"며 "우리가 비망록이라고 말했던 초기 언더스탠딩에 적어놨고, 근데 미국이 그 이후에 MOU라고 우리에게 보낸 문서에는 그런 내용과는 상당히 판이하게 다른 내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출이나 보증이 아닌 3500억 달러 거의 대부분을 현금으로 투자하길 바랐다는 설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현금 투자)대로 투자를 할 경우 무제한 통화 스와프는 '필요조건'"이라며 "그게 안 되면 우리나라에 미칠, 대통령께서 외환 위기 말씀도 하시고 그랬지만 미칠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 문제가 해결 안 되면 나아갈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상업적 합리성이 맞고, 우리나라가 감내할 수 있고, 우리 국익에 부합하고, 한미 간 상호 호혜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협상을 하고 있다"며 "협상 시한 때문에 우리가 어떤 그런 원칙을 희생하는 일은 없을 것", "데드 라인을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다음 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중요한 계기는 경주 APEC"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면 양국 정상 간 면담이 있을 것이고, 협상팀 입장에서는 중요한 계기"라고 덧붙였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이날 공개된 미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비자 문제와 통화스와프 협정 합의가 어렵다면 대미 투자 진행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며 "사업이 전면 중단되거나 공식적으로 보류된 것은 아니지만, 다수의 근로자들이 미국에 입국하거나 재입국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동자들과 가족들은 안전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행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다시 미국에 들어가길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협상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투자 약속은 한국 외환보유액의 70%가 넘는 규모로,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이 없다면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블룸버그> 보도가 나온 이후 총리실은 이날 오전 설명자료를 내고 "김 총리는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이 미국 입국을 굉장히 꺼리는 상황임을 설명하는 것일 뿐 투자를 유보한다는 의미의 발언은 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는) 현재 조지아주에서 진행 중인 투자와 관련된 것이고 한미 간 논의되고 있는 3500억달러 투자와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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