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이 이재명 정부·여당을 향해 "이런 식으로 가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천박한 민주주의로 가게 할 수밖에 없다"고 작심 경고를 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 소속인 박 시장은 26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지금 이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저는 성숙한 민주주의로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할 정기국회를 앞두고, 통상 저자세를 취해야 할 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정부와 국회 다수당인 여당을 정면 겨냥한 셈이다.
박 시장은 "윤석열 정부도 결국 권력을 남용한 데 대한 국민적 심판을 받고 정권을 내주지 않았느냐"며 "그러면 새 정부는 그것을 교훈으로 삼아서 권력을 남용하는 일이 없어야 되고, 권력의 절제된 운용과 제도의 균형을 중시해야 되는데 지금 진행하는 것, 의회 운영이나 사법부에 대한 공격을 보면 그 범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상대가 음주운전했다고 해서 내가 음주운전한 게 정당한 게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 시장은 "특히 의회 운영이 대한민국은 교섭단체 중심주의이기 때문에 교섭단체 간 협의와 합의에 의해서 운영하도록 돼 있는데, 180석이 넘는 순간 국회선진화법이 무력화돼서 모든 걸 패스트트랙에 올려서 일방 통과를 시키니까 국회에서 협치의 기본 틀이 유지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니까 온 사회가 양극화되고 싸움판만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시장은 앞서 지난 24일 소셜미디에에 쓴 글에서도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안녕하신가"라며 "요즘 이 정권을 보면 레비츠키와 지블렛이 쓴 <민주주의가 어떻게 무너지는가?>라는 대본을 현실의 무대에서 입증하기 위해 안달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성숙한 민주주의가 자유, 민주, 공화가 동태적 균형을 이루며 발전하는 민주주의라면, 천박한 민주주의는 권력을 잡은 자들이 다수의 이름으로 제멋대로 하는 민주주의"라며 "지금 이 천박한 민주주의는 완장민주주의, 선동민주주의, 위선민주주의 등 가짜 민주주의를 등에 업고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는 이미 무너졌다", "민주당은 모든 쟁점 법안을 일방 처리하고 있다. 다수의 폭력이 일상화됐다"며 "심지어 교섭단체의 고유한 권한인 간사 선임도 가로막는다. 서울 축구팀이 부산 축구팀 주장 선임을 제맘대로 하겠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여당이) 사법부를 잡아먹기 위해 검은 혀를 드러내고 있다"며 "대법원장에 대해 있지도 않은 사실을 꾸며내어 퇴진을 압박하다가, 거짓말이 드러나자 본인이 직접 수사를 받고 혐의를 벗으라는, 참으로 아이들 보기도 부끄러운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위선 민주주의는 일종의 특권의식에서 비롯된다"며 "이들은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는 것을 일종의 특권으로 여긴다. 자신들만이 정의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위선까지는 한 걸음도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입시 비리를 저지르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 재판을 받지 않기 위해 오히려 재판부와 법을 바꾸려 하려는 뻔뻔한 모습에서 자유민주주의의 도덕적 기반은 내려앉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탈을 쓴 독재, 민주를 가장한 독재일 수는 없다"며 "선거에서 다수를 얻었으면 제멋대로 해도 된다는 다수의 폭력이 올바른 민주주의일 수는 없다. 절제와 관용,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잃는다면 이미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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