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에서 터져 나온 "호남에는 불 안 나나"라는 발언이 정치권을 뒤흔드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내놓은 해명이 오히려 파문을 키우고 있다. 발언 자체의 부적절성을 인정하면서도 조국혁신당을 끄집어 들여 책임을 희석하려는 듯한 태도 때문이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저는 소리로 보기 때문에 정확히 알 것 같다"며 "발언 당사자는 즉시 자수해 호남인과 전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경고했다. 서 의원은 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장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국가적 재난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특정 지역이 거론된 부분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문리적 뜻을 넘어서 배경과 맥락을 살펴야 한다"며 해명의 여지를 남겼다.
박 대변인은 특히 "조국혁신당에서 기권표가 다수 나왔다. 이런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실망감이 그런 발언으로 이어진 듯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본질을 흐리는 ‘구차한 변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제의 발언이 특정 지역을 조롱하는 망언임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다른 야당의 투표 태도와 연결지어서 설명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의힘이 조국혁신당을 해명에 끌어들인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난 지원 특별법이라는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사안에서 조차 ‘정치적 탓 돌리기’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는 국민 눈높이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호남 망언’ 파문은 단순한 말 실수 차원이 아니라, 지역주의 상처를 다시 건드린 심각한 문제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발언의 진의보다 ‘배경과 맥락’을 핑계삼아 '변명성' 해명에 치중하면서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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