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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천재, 올리버 색스의 글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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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천재, 올리버 색스의 글을 만나다

[최재천의 책갈피] <디어 올리버> 올리버 색스·수전 배리 글, 김하현 번역

"디어 올리버Dear Oliver"

그렇게 편지는 부쳐지고, "디어 수Dear Sue" 그렇게 답장은 도착한다.

두 사람 사이에 편지가 시작되었을 때 수전 배리는 50대였고 올리버 색스는 70대였다. 수는 마운트홀리요크칼리지의 신경생물학과 교수였고, 올리버는 신경학 병례집으로 이름을 떨친 신경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둘의 발걸음이 우편함 앞에 멈춰 설 때마다 만년의 우정이 한 뼘씩 자라났다. 둘은 전부 합쳐서 150통이 넘는 편지를 썼고, 마지막 편지는 올리버가 세상을 떠나기 3주 전에 주고 받았다. 그 편지를 수가 정리했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이 됐다. <디어 올리버>.

여전히 올리버 색스의 팬임을 자부한다. 혹여라도 색스의 책 번역에 대한 정보를 놓칠까 노심초사한다. 읽을 때마다 감탄하며 가슴 아파하는 우리 시대의 천재 색스의 글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공저자인 수는 어렸을 때 사시가 있었다. 두 눈의 초점이 맞지 않음으로 수의 뇌는 한쪽 눈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그래서 수는 사물이 2차원으로 보이는 입체맹이 되었다. 그러다 훈련을 통해 마흔여덟에야 기적적으로 입체맹을 극복한다.

본다는 것의 아름다움을 이토록 아름답게 묘사한 글이 있었던가 그래서 길지만 인용한다.

"어느 겨울날 저(수)는 후딱 점심을 해치우려고 강의실에서 매점으로 서둘러 이동하고 있었어요. 강의실 건물에서 겨우 몇 발짝 걸어 나왔을 때, 저는 돌연 멈춰 섰습니다. 커다랗고 촉촉한 눈송이들이 제 주위로 나풀나풀 떨어지고 있었어요. 이제 눈송이 사이사이의 공간을 볼 수 있었고, 모든 눈송이가 아름다운 3차원의 춤을 추는 것 같았습니다. 옛날 같았다면 눈은 제 바로 앞에 펼쳐진 한 겹의 막 속에서 평평하게 떨어졌을 거에요. 마치 그와 동떨어진 곳에서 눈을 건너다보는 것처럼 느껴졌을 테죠. 하지만 그날 저는 떨어지는 눈 속에, 눈송이 사이에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점심 먹는 것도 잊고 한참 동안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눈은 대단히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눈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더더욱요."

마지막은 2015년 2월 5일 올리버의 편지다.

"...저는 그걸로 충분합니다. - 제가 이(암이 전이된) 상황에 '적응'하고,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과 대상에게 '작별'을 고하고, 내 인생을 '마무리'하면서 이 갑작스러운 '시간의 끝' 앞에서 평정심을 구할 수 있다면 말이지요."

널리 읽혀졌으면 좋겠다.

▲<디어 올리버> 올리버 색스·수전 배리 글, 김하현 번역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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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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