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구와 백운광장축제기획단이 단절됐던 주월1동과 백운2동을 잇는 푸른길 브릿지를 '사랑과 사람을 잇는 오작교'로 만들자는 주민들의 염원을 담아 '백운광장 브릿지에서 즐겨보세' 축제를 27일 개최했다.
행사의 백미는 지난 6월~7월 신청자를 모집해 선정된 아내의 깜짝 프러포즈와 30여 년 세월의 사랑을 되새기는 부부의 은혼식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이날 평상복 차림으로 아내의 손에 이끌려 나온 남편 박씨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잠시 후 행사장 뒤편 남구청 외벽 대형 미디어월에 부부의 지난 세월이 담긴 사진들이 흐르고 아내가 써내려간 애틋한 사연이 사회자의 목소리를 통해 울려 퍼지자 장내는 순식간에 뭉클한 감동에 휩싸였다.
영상이 끝나고 아내가 수줍게 반지를 건네며 청혼하자 박씨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고 주민들은 진심어린 박수로 이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했다.
축하 열기는 김병내 남구청장이 마이크를 잡으며 절정에 달했다. 김 청장은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을 축복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고 이종용의 겨울아이를 열창했다.

이어진 진주혼식에서는 50대 부부가 34년 전의 사랑을 다시 서약했다.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차려입은 노부부는 서로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며 하객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아내 조씨의 편지는 30여 년 전의 풋풋했던 연애시절을 생생하게 소환했다. 남편은 당시 지역 언론사에 다녔던 아내를 보기 위해 다음날부터 매일같이 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ㅇㅇ아, 전화 받아"라는 동료들의 놀림에도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를 찾아왔고 밤이 늦어 버스가 끊기면 산동교까지 바래다주는 자상한 사람이었다.
조씨는 "힘든 직장생활에 따뜻한 마음과 말씨로 위로해주던 당신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면서 "도망갈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아, 이렇게 가다 보면 결혼을 해야 하는구나'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풋풋했던 첫 만남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편지 낭독이 끝나자 다리 위는 다시 한번 따뜻한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남구청 미디어월에서는 편지 사연에 맞춰 사연자의 영상이 송출돼 감동을 더했다.
김 청장은 노사연의 '만남'을 부르며 이들의 은혼식을 축하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