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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항공기 이용, 커지는 “비CO₂ 배출 규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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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항공기 이용, 커지는 “비CO₂ 배출 규제” 목소리

[기고] 여행과 물류가 남긴 기후 흔적, 탄소 감축 목표가 외면한 현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항공 이용객 수는 4602만 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여행객 수가 역대급을 기록한 것만큼, 인천공항을 오가는 항공 화물 수요도 매우 높았다. 하루 인천공항에서 처리되는 화물을 쌓으면, 작은 산 하나가 생길 정도다. 2024년 기준 295만 톤, 세계 6위 규모의 항공 화물이 한국을 글로벌 물류 허브로 만들고 있다.

하루 수백만 명의 여행객과 수천 톤의 화물이 오가는 현실 속에서, 이 부문이 정책 논의에서 소외돼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기 어렵다.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각국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C)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자국 경제 전 부문 배출 감축을 약속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배출원 중 하나인 항공과 해운 부문은 대부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서 빠져 있다. 항공과 해운은 이산화탄소 외에도 기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다른 배출이 많다는 점에서, 단순한 온실가스 감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특히 항공 배출 감축 범위는 이산화탄소 외에 항공기가 남기는 흰 구름, '비행운(Contrail, 콘트레일)'을 포함해야 한다.

비행운은 항공기 연소 과정에서 나온 수증기와 미세입자가 비행 고도에서 얼어붙어 형성되는 인공 구름이다. 항공 배출의 기후 영향 평가에서는 이산화탄소 외에 질소산화물과 수증기 등 항공기가 배출하는 비이산화탄소의 효과까지 합산해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는 항공 부문의 가장 큰 기후영향, 즉 비행운과 비이산화탄소 배출을 외면하고 있다. 비행운은 대기에 열을 가두며, 항공 이산화탄소 배출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지구를 뜨겁게 만든다. 일부 연구는 이 비중이 전 세계 온난화의 최대 2%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비행운은 여전히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고, 기후 목표에서도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항공 분야 기후 문제의 절반 이상이 고려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비행운 자료사진. ⓒWikimedia Commons

이는 파리협정의 근본 취지를 훼손한다. 일부 국가는 자국 내 단거리 항공이나 해운 배출만 포함하고, 국제선이나 장거리 노선 등 대규모 배출은 제외한다. 법적으로도 문제는 명확하다. 파리협정은 ‘온도 목표’에 기반하며, 협정 당사국은 ‘경제 전반의 배출 감축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항공과 해운은 각국 경제와 밀접히 연계돼 있으며, 국제기구만의 문제가 아닌 각국 정부가 앞서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항공 이용객과 세계 6위 수준의 항공 물류,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해외 여행객과 수출입 추세에도 비이산화탄소 배출은 대한민국 정부 NDC에는 반영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전체 비행편의 약 3%가 비행운 온난화의 80%를 유발한다. 항로를 조금만 조정해 1인 항공권 가격에 4유로 정도 추가 부과하면, 2040년 기준 비행운 온난화를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당장의 노력으로 확보할 수 있는 즉각적인 기후 효과다. 파리협정에 따라 비행운은 비이산화탄소와 마찬가지로 NDC에 포함돼야 하며, 법제화는 기후위기 해결의 필수적인 단초다.

다가오는 11월 COP30(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을 앞두고 세계 각국은 NDC를 갱신할 예정이다. 더 이상 항공과 해운 부문을 외면하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이산화탄소와 비이산화탄소 모든 배출을 NDC에 포함해야 한다. 긴급성을 고려한다면, 비행운 저감은 그 첫걸음이다.

비행운 등 비이산화탄소 배출을 계속 외면한다면, 인류는 1.5°C 목표에서 점점 더 멀어지게 될 것이다. 한국 정부 또한 비행운을 포함한 비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정책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파리협정 10년의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

▲다이앤 비트리(Diane Vitry) T&E 항공팀 총괄. ⓒT&E

T&E (Transport & Environment)는 지난 35년간 교통 및 에너지 부문의 탈탄소화 정책을 연구·제안하고 모니터링하는 유럽의 비영리 단체입니다. 벨기에 브뤼셀 본부를 중심으로 유럽 및 유럽과 연관된 주요 도시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총 49개 국가별 회원 단체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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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앤 비트리

다이앤 비트리(Diane Vitry)는 T&E에서 SAF(지속가능항공연료), 비행운(contrails), 과세, 무배출 항공기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항공 디렉터다. T&E(Transport & Environment)는 지난 35년간 교통 및 에너지 부문의 탈탄소화 정책을 연구하고 모니터링하는 유럽의 비영리 단체다. T&E 항공 팀은 주로 EU 정책을 다루지만, 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의 항공 부문 탈탄소화 문제도 함께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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