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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건강하기 위해 먹는 음식을 만들다 맞은 죽음, 언제까지 이어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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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건강하기 위해 먹는 음식을 만들다 맞은 죽음, 언제까지 이어져야 하나

[거인들의 발걸음]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함께 웃으며 밥을 짓던 동료가, 여기에…… 저 쓸쓸한 영정으로 남았습니다. 어찌할 바를 몰랐던 우리는 모두가 즐거워하는 명절에, 반복되는 죽음에 대해 말하기로 했습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이하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 김미경 지부장이 기자회견에서 눈물이 가득하지만 힘찬 목소리로 외쳤다. 추석 연휴를 코앞에 둔 10월 1일에 열린 이번 기자회견은 국회의사당 앞에 분향소를 차리며 진행되었다. 분향소는 충북 학교 급식실에서 폐암 산재로 사망한 급식 노동자를 기리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추석 연휴 기간에도 내내 운영된다.

이재명 정부가 산재 사망 근절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급식실 폐암 산재와 그로 인한 사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학교 급식실 폐암 산재 판정 노동자는 175명에 이르고 심지어 그로 인한 사망자는 15명째다.

특히 충북지부는 지난 2024년 9월 고 이영미 조리실무사를 폐암 산재로 떠나보내야 했고 올해 8월, 고 이영미 조리실무사 공무수행사망(순직) 승인 결정을 받았다. 그런 가운데 15번째 죽음을 맞은 민OO 급식 노동자는 올해 8월 폐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던 중 불과 한 달여 만에 세상을 떠났다.

기자회견에서 충북 김미경 지부장은 또 이렇게 말했다.

"고인이 떠나기 바로 직전까지 우리 충북지부는 백방으로 뛰어, 앞서 희생된 동료의 국사 순직 인정을 받아냈습니다. 쉽지 않았고, 그때는 그것도 다행이다 싶기도 했는데, 오늘은 모르겠습니다. 순직은 다행입니까! 불행입니까! 순직 인정을 받아 든 손으로, 돌아서자마자 지금 또 영정을 쥐어야 하는 우리는,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단 말입니까!"

2025년 4월 현재 불승인된 사례까지 합하면 학교 급식 노동자 중 208명이 폐암 판정을 받았다. 2023년 기준으로는 17개 시도교육청의 급식 종사자 건강검진 결과, 379명(0.85%)가 폐암 의심 또는 매우 의심, 1,008명(2.26%)가 경계선 결절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2025년 8월 기준, 학교 급식 노동자 폐암 발생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조리흄 대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이 사업 시작 후 2년 반이 지나도록 전체 학교의 4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암의 주요 원인인 '조리흄'을 관리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상 기준도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아 17개 시도교육청이 제각각 환기시설 개선, 폐암CT검진 기준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급식 노동자들은 어느 지역에서 일하냐에 따라 조리흄 노출 및 폐암 발병 가능성이 달라지는 상황에 놓여 있다.

급식실 환기설비가 있더라도 오작동, 지나친 소음 발생 등으로 정작 사용하지 못하거나 환기를 악화시키는 경우까지 발생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또한 노동부의 가이드라인에 맞는 환기시설을 설치, 가동하더라도 조리흄을 비롯한 오염물질을 완전히 예방하지는 못하고 계속 측정되어 메뉴 및 조리 방식 개선 등 추가 개선안이 병행되어야 하는 상황이 대한설비공학회 2024년 동계학술발표대회 논문집(엄혜정, 박소우, 송두삼)에서 밝혀졌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노동자들은 너무나 먹먹하지만 더는 함께 일하던 동료를 잃을 수 없어 분향소를 마련해 추모하고 정말 더는 일하다 죽음을 맞는 일이 없도록 하는 투쟁의 결의를 다지기로 했다. 분향소는 10월 1일부터 추석 연휴 내내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된다. 추석 당일인 6일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국회의사당 분향소 앞에서 비정규직노동자쉼터 꿀잠과 여러 연대 단위들과 함께 공동 거리 차례를 진행할 예정이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산재 사망한 급식 노동자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다.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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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글을 쓰고 외국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책을 만들며 개와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의 대한문 분향소 농성을 계기로 잠시 잊고 있던 사람들과 사건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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