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급종합병원의 간호사 대 환자비율은 법적으로 1대2.3이다. 이렇게 간호사를 뽑으면 간호1등급 병원이 된다. 1대4,1대6 등 간호사 한명당 환자 비율이 높아지면 간호등급이 2등급, 3등급으로 내려가고 그에 따라 수가도 떨어진다.각 병원 종별로 이런 등급체계가 마련되어 있다. 그래서 많은 병원은 자기 종별에 맞게 간호1등급 병원으로 간호사를 채용해서 인증받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사들은 왜 자기들이 돌봐야 할 환자수가 너무 많다고 난리를 치는 걸까? 현실은 1대6, 1대8, 아니 그 이상인 곳도 있다고 하소연이다.
애초에 간호사는 그 명칭대로 환자간호를 주요업무로 만들어진 직군이다. 하지만 병원에 가보면 이 간호사들은 병원 곳곳에서 온갖 일에 동원되어 있다. 각종 초음파실은 다 간호사들이 하고 있다고 봐야 하고 채혈, 상담, 교육 등 만이 아니라 소위 빅5 병원에 가보면 보험심사업무를 하는 수백명이 모두 간호사들이다. 병원은 간호사들을 뽑아놓고 여기저기 곳곳에 간호사들을 끌어다 일을 시키면서도 환자간호에 간호사를 늘리지는 않는다. 이러다보니 실제 환자를 돌봐야 할 간호사 수는 줄어든다.
이 뿐만이 아니다. 수술실과 병동에서는 전공의들이 해야 할 일까지 떠맡아서 일을 하고, 진료지원이란 이름 하여 의사의 각종 오더를 처리하기에도 허덕인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간호사들은 아예 주사,투약, 처치. 등의 의사 업무가 자신들의 고유 업무로 생각할 정도이다. 병원이 차포를 다 떼어가서 여기저기 써먹으니 최종적으로 환자돌봄은 나 몰라라 내팽겨쳐진다. 결국 이를 환자와 가족이 간병인을 고용해서 땜질을 하게 된다. 병원의 돈벌이에 최종적으로 환자가 희생되는 구조다.
전공의가 파업한 이후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됐다. 수술실 PA처럼 전문간호사를 육성·배치해서 아예 전공의가 하던 일까지 시키려는 것이다. 이를 거부해야 할 간호계는 오히려 호재를 만난 듯이 적극적이다. 그 일을 떠맡으면 자기들이 의사가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여기에는 전문간호사 교육 수련이라는 시장을 누가 먼저 선점해서 먹는가라는 이권에 대한 헤게모니 싸움이 도사리고 있다. 이들에게는 환자돌봄이나 지역사회 돌봄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이는 이미 간호돌봄을 간병인이나 하는 저급한 업무라는 인식이 팽배한 간호사들에게는 아무런 저항없이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나는 이쯤되면 굳이 간호사라는 이름에 얽메이지 말고 진료지원사나 의료업무지원사라는 명칭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라고 권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번 나의 글에 간호사들은 현장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휘두르는 칼에 자신들의 마음이 다쳤다고 항변한다.
그래서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아직 환자돌봄에 대한 애정과 사명이 남아 있는가? 그렇다면 이 현실에 핑계대지 말고 모두 일어나라. 병원에서 간호사가 가장 많은 노조원들이 아닌가? 노조를 통해서 병원과 간호부장을 압박하시라. 맨날 임금인상이나 처우개선 같은 거 말고 더 삶과 직업적 가치에 충실한 요구를 걸고 싸우라. 환자와 국민들과의 라뽀는 그래야 형성된다. 간협 회비도 거부하시라. 병원과 병윈 간호사들이 연대해서 거부투쟁을 하라. 협회가 나서서 간호사들의 자긍심을 짓밟는데 그 놈의 얼어죽을 회비는 왜 내는가? 노조도 없고 같이 할 사람들이 없는 조그만 병원이라고? 그럼 내가 일하는 건강돌봄 시민행동에 참여해서 함께 하시라. 그래서 배우고 익히며 세상에 소리치길 바란다. 현실과 상황을 핑계 삼아 안주하고 주눅들지 마시라. 이 현실을 깨트리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60만 간호사 그대들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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