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광주의 혈흔을 감출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세계 최대의 간척지라는 상징성과 함께 국가적 역점 사업으로 자리매김된 새만금.
그러나 수십년이 흐른 지금, 수질오염이라는 복병을 만나 간척에서 매립사업으로 전환하며 새만금호 담수의 농업용수 포기, 세계 잼버리 대회 참사 발생, 상시 해수 유통 기원 미사 개최, 신공항건설 기본계획 취소 판결 등 수많은 난제와 함께 좌초 직전에 있는 새만금.
이렇게 앞이 보이지 않는 혼돈의 새만금 여정에 감추어진 듯한 기관이 있다.
그 기관은 여태까지 나열한 새만금 난제들의 원인을 인지하고 분석하여 해결의 선봉에 서야 할 새만금개발청이다.
새만금개발청은 2012년11월12일 국회를 통과한 새만금특별법에 의해 새만금사업을 전담 추진할 목적으로 설립된 중앙행정기관이다.
2025년 현재, 국토부 외청으로 차관급 청장 아래, 정규직원 140여명이 각 국(局)에 배속되어 년 15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국가예산을 받아 투자 설명회 개최, 국제행사 유치, 각종 MOU체결 등의 업무를 추진 중에 있는 기관으로, 27만 시민의 대소사를 다루는 군산시의 시청사 소속 직원수 900여명과 비교해도 결코 적은 규모의 조직은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설립 근거가 완벽한 새만금의 컨트롤 타워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새만금의 물이 썩어 문드러져 역한 냄새가 천지를 진동해도, 답답한 마음에 내지르는 주민들의 외침에도, 최근의 조력발전에 대한 뜬금없는 자들의 '발언 대잔치'에도,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판결에도 새만금개발청의 입장은 없다.
심지어 부임 후 상당기간이 지난 신임 청장도 금년말 발표로 예정된 기본계획 변경 시, 관련 안건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시겠다는 입장이고 보니, 더이상 할 말이 없다.
이러한 시행주체의 철저한 침묵은 새만금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을 혼란스럽고 허탈하게 만든다.
새만금개발청의 침묵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첫째, 전문성 부족이다. 알지 못하니 자신이 없는 것이다. 특히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하는 바닷일의 경우는 더 그렇다. 그렇게 추정하는 이유는 그들은 화려한 도시계획, 이차전지 기업유치 등 땅 위의 이야기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의 전제가 되는 땅을 만드는 얘기는 없다.
둘째, 새만금을 만들어야만 하는 목적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실제로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새만금사업 초기, 찬성에 앞장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때로 돌아가 다시 묻는다면 절대 하지 못하도록 반대하겠다는 어느 언론사의 여론조사가 이를 반증한다.
셋째, 우리 지역사회의 무관심이다. 비슷비슷한 시청의 일은 거의 매일 지면을 채워도 우리의 전부라 회자되는 새만금의 시행주체인 새만금개발청의 얘기는 가뭄에 콩나듯 지면에서 찾기가 어렵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새만금개발청은 의미가 없다. 피같은 세금만 축낼 뿐이라고 비판해도 변명거리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이제 우리에게 새만금은 피할수 없는 숙제가 되었다. 운명같은 숙제해결을 위해 새만금개발청은 혁신이 필요하며 시급하다.
그 혁신의 첫발은 콘트롤 타워를 공유수면 매립법의 관장 부서인 해양수산부로 변경하여 해상일이 전부인 수질개선과 부지조성을 위한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직제를 작지만 실용적인 기획단으로 개편하고 군산항을 새만금구역으로 편입시켜 새만금과 상생의 여건을 조성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사업의 완급을 조정, 선택과 집중으로 수질을 개선하고 부지를 조성한후, 지금까지 구상 차원에 있던 땅 위의 다음 일들을 논하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한다.
혹자는 정부 서열 꼴찌 부서인 해양수산부의 예산확보 능력의 부족을 걱정하며 부정적 의견을 보이기도 하나, 예산의 확보는 다 아는 바와 같이, 사업의 시급성과 여론에 달려있지, 특정단체나 개인의 입김에 있다는 것은 편견일 뿐이다.
예산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전문성에 의한 빠른 업무 추진력 확보와 상생시스템 도입에 의한 획기적인 예산 절감이다.
새만금 현안의 해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 해결방안은 수질개선과 매립토 확보이며 두 가지 모두 해양수산부가 관장한다.
단군이래 최대 매립사업이라는 인천공항 부지조성 사업을 치러낸 전문가의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새만금을 움직이는 모든 이들이 작금의 현안 해결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여 문제의 중심이 아닌 밖에서만 돌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거둘 수 없다.
그러나 너무 가볍게 생각하진 말자. 지금도 새만금 내에서 썩고 있는 물이 5억톤을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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