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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경제안보 위협에도 한미동맹 맹신? 언제까지 미국만 바라볼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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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경제안보 위협에도 한미동맹 맹신? 언제까지 미국만 바라볼건가

[현안진단] 강자와 자강의 복합 시대, 새로운 안보 정체성을 마련해야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로 국제정세는 미국의 단극체제를 뒤로하고 다극화 흐름으로 나아갔다. 2025년 다극화 흐름이 더욱 강화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를 중심으로 강대국 정치 외교가 펼쳐지고 있다.

근대의 국제관계 시작 이래 강대국 정치는 일상적으로 작동하는 외교적 상수지만, 2025년에 펼쳐지는 강대국 정치는 과거와 달리 전략적 자율성을 중시하는 자강의 시대와 얽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중·러, 강대국 원칙과 영향권 경쟁 및 조정

다극화 흐름에서 국제질서의 안정과 혼란 등 글로벌 정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는 모두 강한 국가를 천명하고 강대국 중심의 고전적 원칙을 반영한 외교 행태를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시진핑의 중국몽, 푸틴의 '강한 러시아'는 자국 우선주의의 대외정책 기조를 강조하면서 영광스러운 위대한 국가 건설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이들은 외교의 기본 원리로 강대국 중심의 고전적 원칙을 상징하는 유명한 명구 '강대국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약소국은 해야 할 일을 겪는다'를 묵시적 혹은 명시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취하고 있는 무차별적인 관세정책과 일방적이고 조건 지시적 협상 태도, 중국의 남중국해 90%에 대한 일방적 영유권 주장,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에서 드러난 러시아의 비타협적이고 일방적인 태도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강대국의 전통적 속성인 각자의 영향권을 형성하고자 해서, 이를 둘러싼 상호 경쟁과 이익 조정이 지역의 평화와 긴장, 안정과 갈등 등 글로벌 정세 변화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서반구(그린란드, 캐나다, 파나마, 라틴 아메리카)에서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고, 시진핑은 남중국해와 대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하며,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포함하여 과거 소연방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장하고자 한다.

강대국의 영향권은 특정 지역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 강대국 간 힘의 변화와 경쟁 구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움직이는, 살아있는 지정학이다. 그러나 강대국 간의 직접 충돌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은, 이슈와 상황에 따라 이들 간의 이해관계가 수렴되거나 조정될 여지를 남긴다.

특히 트럼프의 거래적 외교 행태는 이러한 이해 조정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여, 그 과정에서 약소국의 이익이 희생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미국·중국·러시아 간의 이익 조정으로 인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러의 방기 및 미국의 동의하에 유엔 제재 완화, 대만과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불투명, 필리핀의 입지 약화, 유럽의 안보 우려감 증폭, 서태평양 지역 솔로몬 제도 국가들의 강대국 협상력 약화 등이 야기될 수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관세 부과를 발표하고 행정서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s)의 부각과 전략적 자율성 강화

현재의 국제정세에서 강대국 간 경쟁은 미국 대 중·러 연합의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다극화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반대하면서 새로운 대안적 질서를 모색하는 중·러의 세계관 공유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현재의 강대국 경쟁은 과거와 같은 신냉전 구도가 아니라 이념보다는 미래 비전과 새로운 국제질서 창출이라는 글로벌 질서 경쟁의 성격이 강하다.

강대국 간 경쟁과 이익 조정이 전개되는 과도기적 글로벌 질서에서는, 한편으로 각자도생의 생존전략이 중시되고, 다른 한편으로 국익에 따라 합종연횡이 전개되면서 외교적 기회의 창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모순적이고 복합적인 정세의 흐름은 명분과 가치에 매몰되지 않고 상황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국익을 챙기는 실용 외교와 많은 국가의 전략적 자율성 강화를 촉진하고 있다. 미국 대 중·러 연합의 경쟁 구도에서 어느 한쪽에 고정되지 않고 국익에 따라 양쪽을 넘나들 수 있는 소위 'Swing States'(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국가들. 예를 들어 인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등)가 부상하고 이들의 실용주의 외교가 조명받고 있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인도는 미국 주도의 쿼드 (Quad,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하는 대중국 견제협의체) 회원이자 중국 주도의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이고,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이자 상하이협력기구의 파트너 국가다. 강대국 구도는 역설적으로 이들에게 외교적 기회의 창을 확대 제공하고 있다.

Swing States는 기본적으로 각 지역에서 핵심적인 국가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러시아 모두 강대국 간 영향력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이들과의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의 강대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역설적으로 동맹국의 전략적 자율성과 자강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시키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다자주의와 동맹을 영향력 유지·확대의 핵심 기제로 삼아 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에 대한 일방적 방위비 분담 압박과 책임 전가 그리고 조건 지시적 고압적 관세 협상 태도 등으로 스스로 동맹이라는 핵심 기제의 힘을 무너뜨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오만은 동맹국이 전략적 자율성을 키워나갈 수밖에 없는 국면을 자초하고 있다. 지난 냉전 시대 전략적 자율성이란 용어를 만들어낸 나토의 유럽 동맹국들은 그들이 바랐던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비자발적이고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유럽 안보에 대한 미국의 관여 축소, 나토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국내총생산의 5% 충족 등이 현실이 되자 유럽 국가들은 전략적 자율성을 둘러싼 크고 작은 담론과 정책 연구, 실천 과제 등에 상당한 안보적 관심과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

동맹 인식 전환으로 새로운 안보 정체성을 구축해야

국제정치의 피라미드 권력구조에서 최상층을 차지하고 있는 강대국 바로 아래에는 지역적 중량을 가진 국가들이 포진하고 있다. 유럽연합, 중동 지역의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이란, 인도 태평양 지역의 인도, 인도네시아, 한국과 일본 그리고 호주 등이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강대국 시대와 자강의 시대가 맞물려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재의 국제정세에서 이들 지역적 중량을 가진 국가들 대다수가 안보 자율성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시대적 흐름과 한국적 상황에 부합하는 전략적 자율성 강화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적극 모색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변화된 국제 현실과 한국의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안보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이며, 이는 무엇보다도 한·미동맹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사고의 전환에서 출발해야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생존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우리의 안보 자산이다. 동맹 탄생 이후 지난 70년 이상 한·미동맹은 북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을 억제하고 한반도 평화를 증진하는 핵심 기제였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온 것도 사실이다. 가장 큰 부정적 영향은 동맹에 대한 한국민의 의존 심리를 키워서, 그 결과 동맹에 대한 국민적 맹신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동맹에 대한 맹신은 한국의 안보 이익과 동맹 이익을 동일시하는 착시현상을 일으켰다. 한국과 미국은 각자의 고유한 국익과 동맹 이익을 갖고 있다. 한국의 관점에서 한국의 안보 이익과 동맹 이익의 공통 분모는 넓게 보아도 한반도와 동북아 영역이다. 그 외 지역에서의 이익 범주는 한국의 국익이라기보다는 동맹 이익의 범주이다. 반면, 미국의 국익은 세계 차원이라 미국의 이익과 동맹 이익이 동일시되는 지리적 영역이 기본적으로 넓고 포괄적일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의 또 다른 부정적 영향은 지역적·국제적으로 미국의 안보 동맹전략에 우리가 연루될 위험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한·미동맹은 얽힘의 현상이지만 동맹의 역할 확장은 연루의 딜레마를 유발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에서 한·미동맹은 유사시 미국의 대중 균형 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비대칭적 관계인 한·미동맹의 활동 공간이 확장된다는 것은, 강대국인 미국은 더 넓은 행동반경에서 통제력을 강화하는 반면, 약소국인 한국은 국익과 동맹 이익 간의 괴리가 더욱 커질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하게 됨을 의미한다.

한국이 세계 차원에서 국익을 설정해도 한국의 사활적 핵심 이익은 대북 억제와 동북아 역내 안정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평화 안보 문제이다. 따라서 한국의 영토적 방위라는 지정학의 안보는 분단 현실이 극복되고 동북아 질서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까지는 거의 불변인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영토방위보다는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 축소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데 방점이 놓여 있다. 이러한 국제적 안보 위협은 아직은 한국의 사활적 이익이 아니라 동맹 이익의 범주에 속한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의 핵심적, 사활적 국익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지정학 안보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강대국 중심의 고전적 원칙을 행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정책과 관세 협상을 마주하고 있는 한국은 여전히 타방의 선의에 기대는 동맹의 관점에서 강대국 미국을 대하고 있다. 이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언제나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동맹 숭배의식이 국민 정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 한국을 강대국 관점에서 대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국내 일각에서 한·미동맹은 안보 수단을 넘어 목적 그 이상이라는 인식과 분위기가 강해, 한·미동맹에 대한 상식적이고 비판적인 논의와 목소리가 나오기 힘든 사회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그 결과도 자연스럽게 왜곡되고 비틀릴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자강의 관점에서 강대국을 대하고 우리의 국익을 지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10월 1일 제77차 국군의 날 행사에서 대통령이 언급한 것과 같이 굴종적 사고를 극복하고 자율적이며 강한 자주국방을 건설하기 위해서라도 한·미동맹에 대한 인식과 사고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한국의 안보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

굳건한 한·미동맹이 이재명 정부 외교의 기본 축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한·미동맹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사고의 전환은 동맹에 대한 맹신을 극복하고 동맹의 호혜성을 중심으로 우리의 안보 자율성을 확대해 나가면서 동맹 협력을 해나갈 수 있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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