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온누리상품권 가맹 업종을 완화했지만, 가장 큰 수혜를 본 곳은 정작 병·의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병원은 연간 10억 원이 넘는 상품권 매출을 올리며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 목포시)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업종 완화로 새로 등록된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은 총 3654곳, 결제금액은 457억7000만 원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병·의원 1777곳(결제액 348억3000만 원) ▲학원 1428곳(101억8000만 원)으로, 병·의원이 전체 결제액의 76%를 차지했다.
결제액 상위 병·의원의 규모도 눈에 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 A정형외과는 지난해 온누리상품권으로만 13억1300만 원을 결제받았다. 이어 군포 B치과(10억2400만 원), 대전 서구 C의원(9억9500만 원), 서울 종로 D의원(9억3600만 원), 구로 E치과(9억3500만 원) 등도 10억 원 안팎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부는 A정형외과에 대해 "일일 환자 250명 규모로, 물리치료 환자가 대부분"이라고 해명했으나, 전통시장 활성화 취지로 도입된 제도가 대형 의료기관의 결제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특히 현재 제도상 가맹점의 총매출액 제한이 없어, 대형 병원도 '골목상권' 내에 위치했다는 이유만으로 가맹할 수 있다는 허점이 지적된다.

현재 온누리상품권 가맹 자격을 '연매출 30억 원 이하'로 제한하는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 계류 중이다.
김원이 의원은 "가맹 기준을 섣불리 완화한 결과, 병·의원만 혜택을 보는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도수치료 등 고액 진료 중심의 병원에서 수억 원대 결제가 이뤄지는 현실이 제도의 본래 목적과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온누리상품권이 전통시장과 영세 소상공인을 위한 제도 본래의 취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신속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