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방청이 추진 중인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응급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이하 협회)는 12일 “이번 개정안은 30년간 구축된 응급의료체계를 무너뜨리는 행정폭거”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개정안에는 간호사가 구급대원이 될 경우 1급 응급구조사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이를 “병원전(Pre-hospital) 단계 응급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행정편의적 조치이자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응급구조사는 1994년 응급의료법 제정 이후 국가가 양성한 전문인력으로, 대학에서 3~4년간 응급구조학을 전공하고 국가시험을 거쳐 자격을 취득한다.
재난 현장과 이송 과정 등 병원 전 단계에서 생명 유지와 응급처치를 담당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협회는 “간호학은 병원 내 환자간호 중심이고, 응급구조학은 병원 밖 현장에서 응급처치에 초점을 맞춘다”며 “검증되지 않은 간호사에게 기도삽관 등 고난도 술기를 허용하는 것은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실험”이라고 지적했다.
박영석 협회 부회장(선문대 응급구조학과 교수)은 “이번 개정안은 응급의료법·의료법 등과 체계적으로 충돌하며, 응급구조사의 법적 업무범위를 침해한다”며 “위임입법 한계 위반과 관리책임 불명확성 등 법제적 정합성이 부족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용수 협회장은 “이는 직역 이익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외침”이라며 “소방청이 국가면허체계를 침해하는 개정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포함한 모든 법적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도 최근 검토의견을 통해 “간호사 구급대원의 업무 범위를 1급 응급구조사와 동일하게 규정할 경우 업무 확대 우려가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협회와 응급의료계는 개정안이 강행될 경우 국회 및 소방청 앞 시위와 법적 대응, 전문가 공동성명 등 전면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