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납치된 뒤 고문을 당해 사망한 20대 한국인 대학생이 물건처럼 '21호'로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SBS 보도에 따르면 사망한 20대 대학생 박 모씨와 함께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감금됐던 40대 남성 A씨는 자신들을 납치했던 범죄조직에서 박 모 씨를 21호라고 불렀다고 밝혔다. A씨는 박 씨가 숨진 다음날 구조됐다.
A씨는 박 씨를 포함해 당시 한국인 23명이 있었는데 피해자들은 감금된 순서에 따라 이름이 아닌 숫자로 불렸다고 밝혔다.
A씨는 "1호, 2호, 3호, 4호, 5호. 이런 식으로 독수리 오형제처럼 번호를 매겼다"며 "저는 2호로 불렸고 경북의 20대 청년(박 씨)을 중국 조직원들이 '21호'로 부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더구나 A씨는 대학생 박 모 씨가 "몸 상태가 엉망이었고 제대로 바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감금된 곳에서 피해자들은 하루 최대 17시간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에 강제로 동원됐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했기 때문이다.
A씨의 따르면 실적이 낮거나 구조를 요청하다 적발될 경우엔 끔찍한 폭행과 고문이 이어졌다. A씨는 "2층 침대에 묶어서, 수갑으로. 몽둥이로 때리고 전기 고문을 한꺼번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이 박 모 씨에게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캄보디아에서 선교사로 활동 중인 오창수 시하누크빌 한인회장은 13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만 해도 벌써 40~50명 이상을 (납치된 한국인을) 구조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모집책들이 ‘서류 운송’ 또는 ‘함께 여행갈 사람’을 구한다며 신종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납치 루트 관련해서 오 한인회장은 "요즘은 태국이나 베트남 쪽으로 우회로 오게 해서 태국에서 모집책이 보내준 한국 청년들을 데리고 캄보디아 육로로 들어오게 되는 그런 루트도 많이 밟고 있다"고 전했다.
오 회장은 "현재도 제가 구조하려고 대기 중인 사람들 중에 연락이 안 되고 끊어진 사람들이 꽤 있다”며 “중국 조직들에 알려져서 지금 핸드폰도 빼앗기고 아마 어려운 환경 속에 있는 한국 청년들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