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 기간 광주 도심이 정치인들의 명절 인사를 비롯한 각종 불법 현수막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단속에 나선 5개 자치구 모두 과태료를 한 건도 부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14일 광주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추석 연휴가 포함된 이달 열흘간 불법 현수막 집중 단속을 벌여 총 2925건의 현수막을 철거했다.
자치구별로는 남구가 1221건(정치 283건, 일반 938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북구 734건(정치 431건) ▲서구 344건 ▲광산구 338건(정치 42건) ▲동구 288건(정치 119건) 순이었다.
문제는 수천 건에 달하는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고도 과태료를 부과한 자치구는 단 한 곳도 없었다는 점이다.
동구와 서구는 "과태료 부과 내역이 없다"고 밝혔으며 광산·북·남구는 "게시자 확인 등 행정 절차를 진행 중이며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정치권의 불법 현수막 난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명절이나 선거철이 되면 '어차피 과태료 안 문다'는 인식이 팽배해, 경쟁적으로 현수막을 내걸며 도시 미관을 해치고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상 지정된 장소 외에 현수막을 걸면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행정 당국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사실상 단속을 포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연휴 기간 현수막이 난립한 남구 한 사거리에서 만난 시민 A씨는 "현수막이 운전할때 시야를 가리기도 하고 노약자들이 걸려서 넘어지기도 한다"면서 "명절 때마다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는데 알면서도 불법을 저지르는 정치인들과 재발 방지 의지가 없는 행정 당국 모두 문제"라고 꼬집었다.
현수막 정비로 이름난 광산구에는 이번 연휴에도 어김없이 현수막들이 난립하자 박병규 광산구청장이 SNS 게시글을 통해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박 구청장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자 광산구 전역에서 규정을 무시한 불법현수막이 걸렸다"면서 "그 대부분이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둔 사람들에 의해 게시됐는데 공직에 도전하겠다는 사람들이 법을 어기면서도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않고 오히려 단속을 하면 '정치적 탄압'이라며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연휴 기간 구청장 명의의 육교 현수막 게첨에 대해 박 구청장은 "'오해받을 여지조차 없는 행정'이 필요하다"면서 "법과 원칙은 누구에게나, 나 자신도 예외일 수 없다"고 사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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