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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념인가 이용인가” 경산 관광자원화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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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념인가 이용인가” 경산 관광자원화 사업

경산 ‘메노나이트 관광자원화 사업’을 보며

‘기념(記念, 紀念)’은 존중의 행위이고, ‘이용(利用)’은 목적의 행위다.

경산시에서 추진하는 ‘메노나이트 관광자원화 사업’은 두 단어의 경계에서 흔들리고 있다.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국제 구호단체 메노나이트 중앙위원회(MCC) 는 경산 일대에서 미망인과 고아를 돕는 봉사활동을 했다.

그 흔적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 사업을 추진하고 관광자원으로 만들기 위해 “토지매입”부터 나선다는게 경산시의 계획이다.

표면적으로는 ‘기념사업’이지만, 실상은 ‘관광개발’ 혹은 ‘부동산 개발’에 치우쳐있다는 우려가 크다.

“메노나이트, 기본은 드러내지 않으려는 태도”

김성한 MCC 동북아시아지부 대표는 “사업 현장에도 가본 적 있고, 추진 협회장도 만났으며, 용역보고서도 가지고 있다”며 “이 사업에는 여러 결이 있는 것 같다”고 신중히 말을 꺼냈다.

그는 “MCC의 인도적 지원활동이라는 이야기의 축이 있고, 메노나이트 직업 중고등학교에서 생활하며 교육을 받았던 동문들의 기억 또한 중요한 축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어 “메노나이트는 개신교 내에서도 소수 그룹이며, 16세기 종교개혁 시기부터 많은 박해를 받아왔다”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기본적 태도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왔던 74명의 봉사자들은 겸손히 섬겼고, MCC도 구호 사업이 더 필요했던 베트남으로 옮겨갔다”고 덧붙였다.

그는 “졸업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들은 이 공간과 시간이 매우 소중하다고 느끼고 있었다”며, “다만 지자체는 예산을 투입한 만큼 성과를 보여야 하니, ‘관광’ 형태로 환원될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평화와 봉사의 기억, 상업화는 경계해야”

이상규 백석대학교 석좌교수는 “메노나이트가 보여준 구호와 봉사, 섬김과 배려, 그리고 비폭력 평화사상은 전쟁의 상처를 겪은 우리 사회에 공존과 상생의 가치를 일깨워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은혜를 받은 자가 은혜를 베푼 이를 기억하는 것은 도덕”이라며, “이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메노나이트의 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접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관광자원화라는 것은 결국 이익과 소득을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지나치게 상업화하지 않고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하는 선에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메노나이트 교인은 아니지만, 고신대학교에서 35년간 교회사를 가르쳤으며, 지난해 대구 대신대학교에서 열린 ‘경산 메노나이트 근대문화컨퍼런스’에서 강연을 맡았다. 이후 그 내용을 바탕으로 『더 급한 곳으로 가라』(2025, 도서출판 대장간)를 출간했다.

MCC는 지금도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분쟁 지역과 가난한 이웃을 돕고 있다. 그들은 이름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들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은 ‘기념비 없는 실천의 평화’다.

경산은 지금 그 실천의 평화정신을 기념비로 세워 관광 상품으로 만들려 한다. 문제는 관광자원화 규모다.

이용할꺼면 제대로 해야

2022년 경산시 용역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이곳에 도입할 시설로 ▲기념관 ▲선교 아카이브 센터 ▲청년창업지원센터 ▲청년예술문화 창고&레지던스 ▲평생직업교육센터 ▲카페 및 기념품점 등 토지매입비 256억 원을 제외하고 건축공사비만 297억 원이니 총 사업비는 약 600억 원에 달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5년 경산시재정자립도는 19.78%로 전국평균 43.2%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허리띠를 졸라매야하는 처지에 이쯤 되면 ‘기념’이 아니라 ‘부동산 개발’인 모양새다.

이용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본말이 전도되고 균형을 잃을 때, 그것은 ‘기념보다는 상업적 이용’이 돼버리고, 결국 앙꼬 빠진 찐빵 같은 사업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또한 일각에서 일고 있는 종교를 이용한 정치인들의 생색내기 표심잡기에 적지 않은 혈세가 쓰인다는 비판의 목소리에 수긍할 수 있는 해명도 해야 한다.

한편, <프레시안>은 앞서 ‘무허가 폐가 30억 매입 추진… 경산시 행정, 법적 타당성 논란 확산’, ‘경산시 250억 관광개발 ‘이해충돌’ 논란… “짜맞춘 용역인가”’ 등의 관련 보도를 한 바 있다.

▲ "방형(향)성"맞춤법 조차 검수하지 않고 납품한 용역보고서 ⓒ 프레시안(권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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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현

대구경북취재본부 권용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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