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시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자생한방병원에 유리한 방향으로 행정 결정을 내렸다는 의혹이 다시 제기됐다.
17일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북구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심평원·손해보험협회·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2023년 3월, '무균·멸균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약침액만 사용한다'는 합의안을 마련했다.
이후 국토부는 2024년 2월 21일 '자동차보험 약침 안전성 기준 고시(제2024-98호)'를 통해 객관적으로 무균·멸균이 입증된 약침액만 보험 인정이라고 명시했다.
국토부는 이어 3월 14일 유권해석을 통해 "특정 인증 여부가 아닌 과학적·의학적으로 무균·멸균이 입증된 약침액이라면 모두 인정 가능하다"고 명확히 밝혔다. 하지만 심평원은 이를 사실상 거부했다.

심평원은 3월 25일 내부 팝업 안내문을 통해 "4월 20일까지 미인증 원외탕전 약침을 인정하겠다"고 공지했다. 이는 국토부 고시를 정면으로 위반한 조치로, 이해당사자 협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인증 원외탕전을 운영 중인 자생한방병원에 직접적 이익이 돌아가는 결정이었다.
정치적 배경 의혹도 짙다. 자생한방병원 신준식 이사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신 이사장의 차녀 신지연 씨와 대통령실 이원모 비서관의 중매를 선 인물이다.
또한 신준식 이사장의 배우자와 신지연 씨는 대선 당시 각각 윤석열 후보에게 1000만 원의 고액 후원금을 냈고, 신 씨는 김건희 여사의 나토 순방에 동행한 핵심 인사로도 지목된 바 있다.
현재 김건희 특검은 자생 측이 윤석열 인수위원회 인사검증팀 사무실을 제공하고, 자생바이오·자생홀딩스를 통해 총 125억 원 규모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의원은 "결국 자생은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얽힌 이해관계의 중심에 서 있었다"고 지적했다.
논란의 핵심은 심평원의 입장 변화 시점이다. 국토부가 운영한 '무균·멸균 약침 가이드라인 협의체' 회의록에 따르면, 심평원은 2025년 3월 27일 1차 회의에서 "국가 인증 원외탕전실 조제 약침액만 인정"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된 직후인 4월 24일 2차 회의에서는 비인증 약침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며 입장을 급격히 바꿨다. 불과 20일 만의 변심이었다.
이로 인해 자생한방병원은 2024년 5월부터 2025년 5월까지 13개월 동안 자동차보험 약침 수익 795억 원, 전체의 53.8%를 독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진숙 의원은 "심평원이 위탁기관인 국토부의 유권해석을 무시하고 이해당사자 협의 없이 행정을 추진한 것은 명백한 월권"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생한방병원에 보험료를 몰아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 차원의 철저한 조사와 감사가 필요하다"며 "심평원이 공공기관으로서의 중립성과 투명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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