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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리아보다 훨씬 효과 좋은 CAR-T세포 치료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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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킴리아보다 훨씬 효과 좋은 CAR-T세포 치료제 개발"

[최준석의 과학자 열전] 최은영 서울대의대 교수 인터뷰

최은영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의과학과, 면역학)는 "우리가 만든 CAR-T세포 치료제가 글로벌제약사 노바티스의 킴리아보다 종양 치료 효과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난 10월 2일 서울의대 내 연구실로 찾아간 내게 "동물실험에서 특정 혈액암(B세포 림프종)에 걸린 생쥐는 킴리아를 맞고 종양에서 회복하는 듯하다가 암이 재발했고, 96일째에는 다섯 마리 모두 죽었다. 하지만 우리가 개발한 치료 물질을 맞은 쥐들은 종양이 재발하지도 않고 살아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이 같은 연구 성과를 지난 8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보고한 바 있다.

최 교수는 CD99 단백질의 기능을 찾아냈고, 이를 갖고 'CAR-T세포'로 개발한 건 같은 과 최경호 교수(생화학교실)다. 최경호 교수는 CAR-T세포 전문가이고, 최은영 교수와 부부다.

CAR-T세포는 혈액암 치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환자 맞춤형 항암제다. 환자의 종양세포에서 발현되는 특정 항원을 알아보고, 그러면 활성화해 암(종양)세포를 공격하게 되어 있다. 치료 효과가 좋으나 개선할 여지가 있고, 부작용을 줄여야 하는 문제도 갖고 있다.

최은영-최경호 교수팀이 개발한 CAR-T세포는 인체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 1상에 들어가 있다.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삼성병원, 국립암센터 등 5개 의료기관에서 B세포 림프종 환자에 대해 진행 중이며, 연구책임자는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의 고영일 교수다.

이들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보고한 논문 제목에는 'CD99' '면역 시냅스'와 같은 일반인들에게 낯선 단어가 들어 있다. CD99는 면역세포 일부의 표면에 있는 단백질이고, '면역 시냅스'는 세포독성T세포(CD8+T세포)가 종양세포 등을 인지하고 공격할 때 만드는 특이한 형태의 구조물이다. 공격 대상 세포를 붙잡고, 그 세포 내부에 독성 물질을 퍼붓는 데 필요한 통로이며, 액틴(actin)과 미세소관(microtuble, MT)이라는 세포골격(cytoskeleton) 네트워크가 시냅스 구조를 만드는데 기여한다.

말이 나온 김에 논문 제목까지 보면 다음과 같다. 'CD99가 중개하는 면역 시냅스 형성이 CAR-T세포 기능을 강화하다'(CD99-mediated immunological synapse formation potentiates CAR-T cell function).

최은영 교수는 기초연구연합회 회장으로 지난 5월부터 일하고 있다. 기초연구연합회는 32개 기초연구 관련 학회 및 단체의 협의체이며, 기초과학연구의 육성과 발전을 위한 정책을 정부에 제안하고 이를 시행하도록 촉구한다.

▲최은영 서울대의대 교수 ⓒ성유숙

T세포 연구자

최은영 교수는 T세포 연구자이고, T세포에서도 CD8+T세포 전문가다. T세포는 우리 몸의 림프절 같은 곳에 머무르면서, 외부 물질이 들어왔다는 걸 최전방 면역세포들(예, 수지상세포)이 알려주면, 면역계에 비상을 걸고 공격할 태세를 갖추게 된다. 최 교수가 연구하는 CD8+T세포는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그리고 몸 안에서 생겨난 암세포를 공격해서 죽인다. 암세포는 T세포를 속이는 여러 잔재주를 갖고 있으나, T세포 눈 안에 들어오면, 즉 T세포가 활성화되면 살아남지 못한다. 최 교수는 "나는 T세포 활성과 비활성화를 조절하는 기전을 연구한다"라며 "CD8+T세포가 종양 세포를 죽이기 위해서는 그 세포를 인지해야 하며, 이를 위해 면역 시냅스라는 걸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냅스는 특히 뇌에 있는 신경세포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한 개의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가 정보를 전달하는 접촉면이 시냅스다. 반면에 '면역 시냅스'는 일반에 낯선 용어다. 최 교수는 "면역 시냅스라는 구조가 알려진 건 30~40년 됐다. 그럼에도 그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라며 "이번 논문에서 우리가 밝혔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CD8+T세포와 이 세포가 공격하기 위해 붙잡는 대상 세포과의 시냅스를 만드는데 중요한 물질이 CD99분자라는 걸 우리가 알아냈다"라고 말했다.

면역시냅스와 세포골격 재구조화

CD8+T세포는 종양 세포를 붙들어 잡고, 이어 종양 세포 겉면을 뚫고 들어가 독성 물질을 집어넣는다. 이를 위해 T세포에서 면역 시냅스가 만들어져야 하고, 면역시냅스를 만들기 위해 액틴과 미세소관들이 T세포 내에서 구조와 위치가 바뀌는 등 세포골격 네트워크의 재구조화가 일어난다.

액틴은 액틴 단백질이 길게 이어져 늘어선 가느다란 실이다. 또 미세소관은 속이 빈 아주 작은 관이고, 세포 내 물질이 이동하는 통로다. 액틴이 종양세포를 꽉 붙잡고, 이후 그 뒤에 있는 미세소관을 통해 독성 물질(퍼포린과 그랜자임)이 종양 세포 내부로 운반된다. 이 부분은 알려져 있었으나, 액틴과 미세소관이 협력해서 세포 골격의 재구조화가 일어나도록 하는 게 CD99단백질이라는 건 몰랐고, 최은영 교수(논문 교신저자)와 남기리 박사(논문 제1저자)가 규명해 냈다. 최 교수는 "재구조화가 일어나게 하는, 즉 액틴과 미세소관이라는 두 시스템을 연결하는 코디네이터를 찾았고, 그게 CD99 분자였다"라고 말했다.

면역학을 공부한 이유

최 교수는 서울대학교 자연대 식물학과(86학번) 출신이다. 석사까지 식물학을 공부했으나, 서울의대 연구실에 연이 닿아 면역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박사과정 중 CD99 유전자를 찾았다. 1997년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메인주 바 하버에 있는 잭슨 연구소(Jackson Laboratory)에 가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다. 잭슨 연구소는 생쥐 유전학의 세계적인 중심이다. 최 교수는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의대 교수로 2004년부터 일했으며, 자신의 대학원 학생(남기리)에게 CD99 단백질의 기능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니, 한 번 알아보자고 했다. 연구를 수행한 남기리 박사는 당시는 석사였고, 지금은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니, CD99 연구에 착수한 게 10년이 넘었다.

CD99 단백질

CD99는 세포부착(cell adhesion)과 세포 이동(cell migration)을 포함한 다양한 세포 활동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 최은영 교수는 CD99의 세포 부착 측면에서의 기능에 초첨을 맞추어, 이게 면역 시냅스 형성에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연구할 수 있었던 건, '생체막 가소성 연구센터'라는 SRC(우수연구센터; 한국연구재단의 집단연구 지원 과제) 팀에 참여하여 장기간 연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액틴이니 미세소관은 신경세포에서 잘 알려져 있다. 최은영 교수의 전공분야가 아니다. 최 교수는 면역시냅스와 CD99와의 상관 관계를 알아내기 위해 이들 물질에 대해 공부해야 했다. 그는 "세포골격 분야는 내 전공 분야가 아니다 보니, 현상을 보고 이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많이 공부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연구를 전담하는 대학원생만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내게는 들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내가 논문을 엄청 많이 읽었다. 필요하면 SRC 센터내 동료 교수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연구의 진행

CD99 유전자가 없는 생쥐는 면역반응이 느리다. 반응이 늦게 일어난다는 게 최은영 교수가 연구의 출발점에서 확인한 포인트다. 예컨대 생쥐에 피부 이식을 하면 자기 피부가 아니기 때문에 T세포가 이식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보통 생쥐는 이식한 피부가 10일이면 이식 거부 반응으로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다. CD99가 없는 생쥐, 즉 CD99녹아웃 생쥐(knock-out mouse)는 10일이 아니라 17, 18이 되어야 떨어졌다. 1주일 정도 늦은 건 T세포 활성화가 덜 되고, 늦게 일어나기 때문이고, 이로 인해 '면역 시냅스'가 T세포와 이식된 세포 사이에 잘 안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하고 최 교수팀은 생각했다. 면역 시냅스를 들여다봤다. 최 교수는 "T세포와 종양세포 사이에 단단한 결합체(tight conjugate)가 생겨야 면역시냅스가 만들어진 것이나, CD99유전자가 없는 경우에는 단단한 결합체가 생기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팀은 액틴과 미세소관 중에서 액틴을 먼저 들여다봤다. 액틴은 가는 세포 섬유인데, 망가져 있는 걸 확인했다. 그 다음에 미세소관을 봤다. 미세소관도 망가져 있었다. 최 교수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논문에 실린 이미지(그림 1)를 내게 보여줬다. 보통 생쥐(야생형)는 액틴(푸른 색)이나 미세소관(빨간 색)이 잘 뻗어 있다. 그런데 CD99녹아웃 생쥐는 푸른색이나 빨간 색 부분의 크기가 훨씬 작다. 두 개가 잘 안 만들어진 거다. 최 교수 팀은 이걸 알아내는 데 3년쯤 걸렸다. 현미경 이미지는 촬영해서 얻었는 데 공력이 많이 만들어 들어갔고, 또 데이터 해석에 시간이 1년 넘게 걸렸다.

액틴과 미세소관을 연결시켜 생각하는 게 힘들었나? 다른 질환에서 두 가지 시스템이 연결되어 있는 경우는 없었나? 있다면 착안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최 교수는 "두 개를 같이 보는 논문이 별로 없다. 최근에서부터 보기 시작한 것 같다. 2019년에 나온 종설 논문(review paper)을 읽으면서 액틴과 미세소관 두 시스템이 대화(cross-talk)를 한다는 걸 나도 알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림1 위 그림에서 붉은 색은 액틴이고, 푸른 색은 미세소관이다. 위 그림은 보통 생쥐이고, 아래 그림은 CD99 단백질이 안 만들어진 T세포 내부를 촬영한 거다. 일반 생쥐의 T세포에서는 종양세포를 보면 액틴과 미세소관의 재구조화가 빠르게 일어나나, 아래 그림에서 보듯 CD99가 없으면 재구조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최은영

액틴과 미세소관의 면역시냅스 만들기 메커니즘

미세소관은 T세포의 가운데에 있는 구조체이고, 액틴은 외부 가까이에 있다. 이때 T세포는 꼬리를 갖고 있는 듯하고, 이게 보통 때 모습이다.(그림 2 참고) T세포가 종양세포와 상호작용해서 접착면에 면역 시냅스를 형성하려면 미세소관조직화센터(microtubule organizing center: MTOC)와 액틴이 접착면으로 이동해야 한다. 미세소관조직화센터는 T세포 꼬리쪽 가까이 있다가 앞쪽으로 이동해, 액틴 뒤에서 자리잡는다.(그림2의 두 번째 그림) 최은영 교수가 말로 하는 설명을 내가 못 알아듣는 듯하니, 나의 태블릿에 그림을 직접 그려줬다. 최 교수 그림을 보니, 이제야 이해가 된다. T세포의 모양도 변한다.

그림 최은영 교수가 그린 T세포가 종양세포(Tumor)에 상호작용하기 전(위) 그림과, 밀착한 모습(아래). T세포 내부에서 보통 때는 액틴(붉은 색)은 세포의 바깥쪽에 흩어져 있고, 미세소관(푸른색)은 뒤의 꼬리 부분 가까이에 있다. T세포가 종양세포에 밀착하면 액틴과 미세소관의 배열이 달라지는 재구조화가 일어나고, 면역 시냅스가 두 세포의 밀착면에 형성된다. 빨강으로 칠해진 액틴이 접착제처럼 많이 나와 있고, 그 뒤에 푸른색의 미세소관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림2 최은영 교수가 그린 T세포가 종양세포(Tumor)에 상호작용하기 전(위) 그림과, 밀착한 모습(아래). T세포 내부에서 보통 때는 액틴(붉은 색)은 세포의 바깥쪽에 흩어져 있고, 미세소관(푸른색)은 뒤의 꼬리 부분 가까이에 있다. T세포가 종양세포에 밀착하면 액틴과 미세소관의 배열이 달라지는 재구조화가 일어나고, 면역 시냅스가 두 세포의 밀착면에 형성된다. 빨강으로 칠해진 액틴이 접착제처럼 많이 나와 있고, 그 뒤에 푸른색의 미세소관이 자리 잡고 있다. ⓒ최은영

최 교수가 "액틴과 미세소관이 종양세포와의 접착면으로 몰리는(polarized) 현상은 알려져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액틴 연구자와 미세소관 연구자가 각각 따로 그런 현상이 발생한다는 걸 학계에 보고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런 공간적인 재배치, 달리 말하면 협력적인 재구조화(coordinated reorganization)를 조절하는 조절자가 무엇이냐는 몰랐다. 이 조절자가 CD99라는 걸 최 교수팀이 알아냈다.

CD99는 액틴과 미세소관의 재배치를 어떻게 조절하나?

최은영 교수팀은 정상적인 T세포와, CD99유전자가 없는 T세포를 갖고 실험했다. 두 T세포들을 생쥐에서 추출해서 실험실 접시 안에 있는 종양세포들 위에 주사했다. 그리고 T세포들이 종양세포들과 상호작용 하는 걸 지켜봤다. 비디오로 촬영했다. 최은영 교수는 "공초점 현미경으로 라이브 스타일 세포 이미지를 찍었다. 액틴과 미세소관이 굉장히 역동적이다"라며 다음과 같이 계속 설명했다.

"종양 세포와의 밀착면에 먼저 액틴이 두툼하게 자리잡는다.(그림 3 참고) T세포의 한쪽으로 쏠린다. 극화된다. 이후 액틴이 두 덩어리로 갈라진다. 가운데가 텅 비고 양쪽으로 흩어진다. 양극화(central depolymerization)라고 표현할 수 있다. CD99녹아웃 T세포에서는 T세포와 종양세포의 이런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액틴도 극화하지 않고, 미세소관조직화센터도 앞으로 오지 못한다."

CD99는 이때 뭘 하는 걸까? 최 교수는 "CD99는 CD8+T세포의 세포막에 있는 막단백질이다. 막단백질인데 흥미롭게도 미세소관조직화센터 주변과 세포 내부 골지체(golgi apparatus)라는 세포 소기관에도 매우 많다"라고 말했다. T세포가 종양세포를 만나면 T세포 내부의 CD99들이 밀착면으로 몰려든다. 최 교수팀은 이걸 15초 간격으로 사진을 다 찍었고, 사진을 찍으면 그 데이터를 해석했다. 세포 내에 단백질이 수 없이 많을 텐데, CD99를 어떻게 식별할 수 있었나? 최 교수는 "CD99에 형광 단백질을 달아서 추적했다"라고 말했다.

▲그림3 면역시냅스가 생기는 정도를 나타내는 사진. 원 모양 두 개 중에서 큰 원이 종양세포, 조금 작은 원이 T세다. 왼쪽 사진은 일반 쥐이고, T세포가 종양세포와 결합해 면역 시냅스를 단단하게 형성했다. 오른쪽은 T세포에 CD99 유전자가 없는 생쥐 사진. 이 경우에는 T세포가 종양세포를 공격하기 위해 면역시냅스를 활발하게 만들지 못한다. 두 세포의 밀착 부위에 면역시냅스가 약하게 형성되어 있다. ⓒ이미지 최은영 교수 제공

CD99단백질이 없으면 액틴과 미세소관 사이에 상호작용이 없다.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반면에 정상적인 생쥐 T세포 내부에서는 상호작용이 있다. 면역 시냅스가 잘 만들어진다. 미세소관은 접착면을 향해 잘 뻗어나가고 액틴은 섬유사를 많이 만들어 종양세포를 꽉 붙잡는다.

논문 속 이미지들을 보니, 연구가 어려웠겠다 싶었다. 보통 인내심 이상의 연구라는 생각이 내게 들었다. 최 교수가 "과학에 대한 열정이 없으면 이렇게 못한다"면서 논문 제1저자인 남기리 박사의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작은 그래프를 보여주며, T세포 60개를 분석한 거라고 했다. T세포 내에서 미세소관이 얼마나 많이 생겼는지 그 강도를 본 것이고, 야생형 생쥐 T세포에는 많이 생긴 반면, CD99가 없는 생쥐에서는 미세소관이 잘 안 만들어진다 걸 확인했다.

세포 내 미세소관의 개수를 하나 하나 세기도 했다. 최 교수가 가리키는 다른 그래프를 보니 5분이 지났을 때와 20분 경과 시점의 미세소관 수가 나와 있다. 5분 경과 시점에서 CD99녹아웃 T세포의 미세소관 개수가, 야생형 T세포의 미세소관 수보다 약간 적었고, 20분 지난 시점에서는 미세소관 수가 크게 줄어든 걸 알 수 있었다(그림 4 참고). 세포 안의 미세소관 수를 세다니, 보통 노력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내 말을 듣고 최 교수가 "강도(intensity)를 소프트웨어가 있어 쉽게 잴 수 있으나, 미세소관 개수는 연구자가 일일이 세포마다 다 세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최 교수에게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도 아주 좋은 학술지이지만, 더 좋은 <네이처>에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림4 미세소관 수 비교. Cd99가 없는 T세포에서 만들어진 미세소관 수가, WT라고 표시된 일반 생쥐 T세포에서 형성된 미세소관 수보다 적었다. 또 시간이 지나 20분이 되면 그 수가 줄어들었다. ⓒ이미지 최은영 교수 제공

최 교수는 이에 대해 "면역시냅스가 만들어지는 기전이 알려지지 않은 게 오래 되었고, 우리의 연구로 밝혀졌다. 30년 넘게 몰랐었기에 이번 연구는 학문적으로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CD99의 막 통과 도메인의 기능

CD99는 CD8+T세포의 세포막에 박혀 있다. 이런 걸 막단백질이라고 한다. CD99는 크게 세 영역(도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세포 밖으로 나가 있는 도메인(Ext), 막 속에 묻혀 있는 도메인(TM), 세포 내부로 돌출해 있는 도메인(Cyt)이다. 최은영 교수는 "결국 우리 연구는 CD99의 막통과(TM) 도메인이 기능을 갖는다는 걸 확인한 거다. 이 도메인이 액틴과 미세소관의 조절 도메인(coordinating domain)이라는 걸 밝혔다"라고 말했다.

T세포 막에 박혀 있는 CD99에게 액틴이 몰려오고 미세소관도 몰려온다. 이때 이들이 CD99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게 아니었다. 막통과 도메인과 상호작용하는 건 다른 두 단백질(마이오신, IQGAP1)이었다. 두 개 단백질에 미세소관과 액틴이 다가와서 결합한다. 이게 미세소관과 액틴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전체 그림이다. (그림 5 참고) 이렇기에 CD99 막 통과 도메인은 미세소관과 액틴의 상호작용을 위한 플랫폼 단백질이 된다. 이게 없으면 미세소관과 액틴의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림 CD99 단백질은 CD8+T세포의 막단백질이다. 모두 세 개의 영역, 즉 도메인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중 막통과 도메인(TM)의 기능을 알아낸 게 최은영 교수 연구의 성과다. 막통과 도메인에 마이오신(Myoll) 단백질이 다가와 상호작용하며, 또 마이오신 단백질에 미세소관이 와서 상호작용한다. CD99의 세포 내부로 돌출해 있는 영역(Cyt, 세포질 도메인)에는 다른 단백질(IQGAP1)이 와서 들러붙고, 이 단백질에 액틴이 상호작용한다. CD99가 없으면 이런 모든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CD99는 액틴과 미세소관이 상호작용해서 면역 시냅스가 잘 만들어지게 하는 플랫폼이다. ⓒ이미지 최은영 교수 제공

CAR-T세포 구조 공부하기

최은영 교수가 CAR-T세포에 관해 들어봤느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최 교수를 만나면 CAR-T세포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 취재 전에 벼락치기 공부를 했다고 대답했다. CAR-T세포 치료제는 혈액암 치료의 최전선으로 주목받고 있다. CAR-T세포는 환자 T세포를 추출해서 T세포가 환자 몸 안에 있는 암세포를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처리한 거다. 즉, CAR(Chimeric Antigen Receptor, 키메라 항원 수용체)를 추가로 장착한게 CAR-T이다. CAR는 기능적으로 두 개의 주요 구조를 갖고 있다. 종양세포가 갖고 았는 항원(종양항원)을 인식하는 부분이 있고 이건 T세포 바깥으로 나와 있다. 두 번째 기능은 종양항원을 탐지한 걸 신호로 바꾸는 것이고, 이 구조물은 '세포 내 신호 도메인'이라고 하며, T세포 내부에 있다.

CD99를 종양 세포 공격에 어떻게 사용하나

복잡한 CAR-T세포 구조 공부가 끝났다. 최은영 교수가 기능을 찾아낸 CD99는 CAR-T세포와 어디에서 만나나? CD99는 '항원 인식 부위'와 '세포내 신호 도메인'을 연결하는 물질로 사용한다. 이런 연결체를 '링커'(linker)라고 하는데 이 자리에 CD99를 썼다. 최 교수는 "기존의 CAR-T세포는 링커는 두 구조물을 연결하는 용도로만 썼다"라며 "많이 쓰는 게 CD8인데, 이 단백질 유래의 링커는 기능을 갖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그런데 CD99가 기능을 하는 도메인이라는 걸 알아냈지 않느냐. 그래서 나는 궁리를 했다. CD99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를 2주 정도 생각했다. 그리고 CD8 링커를 대체하는 용도로 써보면 어떨까하는 걸 떠올렸다"라고 말했다. 부군인 최경호 교수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CAR-T치료제로 개발해보자고 말했다.

벌써 3, 4년 전의 일이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최 교수팀의 CAR인 'HuTJ-BBζ'이다. 'HuTJ-BBζ'라는 용어가 복잡하게 보이는 데 그중 TJ가 핵심이다. TJ는 CD99단백질의 막통과 도메인(T)와, 막인접 도메인(J)을 CAR 구조에 추가했다는 걸 뜻한다. 아래 그림6을 보면 이해될 거다.

▲그림 노바티스의 CAR-T치료제 킴리아(위 그림에 BBζ라고 표기)와, 최은영 교수팀이 개발한 CAR-T세포에 링커(HuTJ-BBζ)를 비교한 그림. 세포 밖 도메인(Ext)과 세포막 통과 도메인(TM), 그리고 TM에 접근해 있는 세포 내부 도메인(Jux)에 무슨 물질을 썼느냐를 알 수 있다. 노바티스 제품('BBζ')은 아무 기능을 하지 않는 CD8을 사용하나, 최은영 교수팀은 CD99으로 치환했다. ⓒ이미지 최은영 교수 제공

성능 확인하기

CD99를 링커 자리에 집어넣은 최은영 교수팀은 자신들의 CAR-T세포에서 면역시냅스가 노바티스의 CAR-T세포보다 잘 만들어진다는 건 어떻게 확인했나? 최 교수가 보여주는 그래프가 있다. 실험실 페트리 접시에서 암세포에 CAR-T세포를 주사하고 30분이 지났을 때 면역시냅스로부터 미세소관 조직중심체(MTOC)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거다. 최 교수팀 CAR-T세포는 거리가 1 마이크로미터이나 킴리아는 3 마이크로미터 쯤으로 좀 멀리 떨어져 있다. 최 교수가 킴리아쪽을 가리키며 "얘네들은 면역 시냅스쪽으로 안 와 있다"라고 말했다.

액틴이 모인 강도(intensity)도 킴리아 제품보다 최 교수팀 CAR-T가 강하다. 면역시냅스 형성에서 최 교수팀 제품이 전반적으로 훨씬 좋다. 시냅스가 CAR-T 주사 후 빠른 시간 내에 안정화되어 있다.

또 종양세포를 인지하면 CAR-T세포는 활성화돼, 증식한다. 세포 분열을 일으켜 종양세포들을 공격할 면역 군대 숫자를 늘린다. T세포 증식 숫자에서도, 그리고 B세포 림프종 세포의 숫자가 줄어드는 속도에서도 최 교수 팀의 CAR-T세포가 우수했다. 최 교수가 가리키는 그래프를 보니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최 교수팀의 HuTJ-BBζ를 주사한 암세포들은 증식을 하지 못해 5일, 10일, 15일 시점에서 암세포들 숫자가 바닥을 기고 있다. 반면 킴리아를 주사한 암세포들은 7일쯤까지는 증식을 했고, 이후 줄어들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증식하지 못하게 하는 최 교수팀의 제품이 성능이 좋은 것이다.

생쥐 대상 비교 실험

지금까지는 실험실 접시에 암세포를 집어넣고 CAR-T세포 치료제를 뿌려주고 실험했다. 최은영 교수 팀은 다음 단계로 생쥐라는 개체를 갖고 약물 효과를 확인했다. 논문 17쪽에 생쥐들 그림이 나오고, 치료 성적이 킴리아와 비교했을 때 어땠는지를 볼 수 있다. B세포 림프종에 걸린 생쥐들이 실험 대상이다.

약물 효력 시험에서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은 생쥐 5마리는 14일이 지나자 모두 암에 온 몸에 퍼졌고, 42일이 되자 모두 죽었다. 킴리아와 최 교수팀 CAR-T 효력을 비교하면서 두 가지 용량을 썼다. 우선 단위가 센, 즉 CAR-T세포 숫자가 500만 개 들어있는 용량을 주사했을 때를 보자. 킴리아를 맞은 생쥐들은 처음에는 종양이 작아지더니 시간이 지나자 종양이 재발했고, 96일 시점에서 다섯 마리 모두 죽었다. 최 교수팀 제품을 주사 맞은 생쥐들은 암이 7일째부터 사라졌고 96일 시점에서도 살아있었다. 최 교수 팀은 약의 용량을 줄인 경우(CAR-T세포를 100만 주사)에도 월등한 성적을 보였다. 최 교수 팀의 약물을 주사 맞은 생쥐들은 암이 치료됐으나, 킴리아를 맞은 생쥐들은 종양이 온 몸으로 퍼졌다. 최 교수는 "우리 CAR-T제품이 5배 이상 킴리아에 비해 효력이 좋다"고 자랑했다. 생쥐를 이용한 종양 실험, 그리고 그 전에 CAR-T를 만드는 건 최경호 교수팀이 진행했다.

최은영 교수 설명을 듣다 보니, 이 연구는 논문 한 개가 아니라 여러 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 교수는 "3개 정도로 쪼갤 수 있다. 그런데 제1 저자가 한 논문에 담아 출판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임상실험

CD99 특허를 한국, 미국, 호주, 일본, 중국 등 7개국에서 받았고, 유럽에는 특허심사 중이다. 2020년부터 특허 출원을 시작했다. 그리고 티카로스라는 바이오 스타트업에 기술 이전을 했다. 티카로스는 최경호 교수와 함께 2018년에 설립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와 T세포의 'T'자를 조합해 이름을 지었다. 티카로스가 CAR-T를 생산했고, 이를 갖고 1차와 2차 항암 치료에도 불구하고 B세포 림프종이 재발한 환자를 대상으로 1차 임상실험에 들어갔다. 환자 모집이 거의 끝나간다고 했다.

앞으로의 연구

CAR-T 치료제는 효과가 탁월하나 현재는 일부 혈액암에 대해서만 사용한다. 일부 B세포 유래 백혈병은 완치 사례가 있다. 그런데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고형암은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고형암은 폐암, 대장암과 같이 고체 모양인 암이고, 사람들이 많이 걸리는 10대 암에 들어가는 건 거의 고형암이다. 최은영 교수는 "고형암을 어떻게 공략할 것이냐 하는 게 목표다. 모든 CAR-T 회사들이 고형암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형암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는 건, 혈액암과는 달리 공략 목표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최 교수에 따르면 위암, 간 종양에만 특이적으로 나오는 항원을 찾기가 힘 든 게 가장 큰 이유이고, 종양으로 침투하기도 힘들고 종양내 면역억제성 미세환경을 극복해야한다.

최은영 교수의 연구 관심사는 크게 두 가지다. CD99에 대한 연구, 그리고 H60이라는 이식항원을 이용한 CD8 T 세포 면역 반응이다. H60는 그가 미국 잭슨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체류할 때 개발한 생쥐 유래의 모델 항원이다. H60와 이식 항원에 대한 면역 반응 이야기는 이날 듣지 못했다. 최 교수는 다음에 좋은 연구하면 또 얘기를 들려주겠다고 했다. 최 교수를 만난 시간은 1시간 반쯤이다. 글을 써놓고 보니 세 시간은 만난듯하다. CAR-T세포 연구 이야기, 깊숙이 들어갔기에 글로 쓰기는 쉽지 않았으나, 잘 들을 수 없는 귀한 연구 스토리였다.

▲최은영 서울대의대 교수 ⓒ성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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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

뒤늦게 '과학책'에 빠져 8년 이상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문과 출신의 중견 언론인. <주간조선>에 '과학 연구의 최전선'을 연재했고, 유튜브 채널 '최준석과학'을 운영한다.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 저자이며, 조선일보 인도 뉴델리 특파원의 경험을 살려 <인도 싫어하거나 좋아하거나> 등 다수의 책을 썼고, <떠오르는 인도>를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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